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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오포읍 난개발 피해를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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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오포읍 난개발 피해를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나요”

입력
2017.06.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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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강화한 성장관리지침 1월 도입

재산권 피해 입은 민원인 불만 속출

“도시관리 방치해 놓고 시민책임 묻는 꼴”

경기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의 S교회. "난개발의 책임을 왜 우리가 져야 하냐"며 시의 허가 없이 외부계단공사를 벌이고 있다.
경기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의 S교회. "난개발의 책임을 왜 우리가 져야 하냐"며 시의 허가 없이 외부계단공사를 벌이고 있다.

“차라리 나를 고발하세요.”

22일 경기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의 S교회. 이 교회에서 건축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모씨는 교회 건물 외부에 계단통로를 짓고 있다. 하지만 시의 허가를 받지 않는 불법이다.

정씨는 올 초 교회에 좁은 내부통로밖에 없어 화재 등 위험에 대비, 외부 계단통로를 만들려고 시청을 찾았다. 하지만 올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오포읍 성장관리방안시행지침에 따라 도시계획도로(10m)를 전면공지(도로에 접한 공터) 2m를 확보한 뒤 그곳에 포장, 조경, 가로등을 설치해야 했다. 얼추 비용만 3,500만원이었다. 또 심의위원회 심의를 받기 위해 준비해야 할 설계비만도 500만원이 요구됐다.

“건물을 새로 짓는 것도 아니고 부지 안에 외부계단 하나 만드는 데 교회부지 45㎡(13평)를 포기하고 무슨 심의까지 필요하냐”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이 교회는 벌금을 물게 되면 소송까지 갈 각오를 하고 교인들의 안전을 위해 외부계단 공사를 강행했다.

정씨는 “3,4년 전부터 난개발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신경도 안 쓰다가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지침을 만들어 놓고 할일 다했다, 이젠 민원인이 책임지라는 식”이라면서 “만약 처음부터 지구단위계획 등 체계적인 개발방안을 만들었다면 오포 난개발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역시 신현리 주택가 도로. 왕복 2차로가 조금 못 되는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도로 한 복판에 전신주가 나타난다. 시행지침에 따라 신규 다세대 주택을 도로로부터 2m 후퇴해 건축하느라 도로변에 서있던 전신주가 도로 한 가운데로 위치가 바뀐 것이다. 이 전신주만 치워도 차량 교행이 가능하지만 그런 노력은 찾아볼 수가 없다. 출근 시간대 이 도로는 항상 수 십 미터씩 차량이 꼬리를 물고 있다.

오포읍 성장관리방안 시행지침에 따라 도로부지를 확보하다 보니 전봇대가 도로 가운데 놓이게 돼 차량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오포읍 성장관리방안 시행지침에 따라 도로부지를 확보하다 보니 전봇대가 도로 가운데 놓이게 돼 차량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오포읍 고산리에 30여평 크기의 땅을 갖고 있는 A씨도 창고를 지으려다 포기했다. 부지 양쪽이 도로에 접했는데 지침에 따라 전면공지를 확보하면 컨테이너 하나 간신히 놓을 땅밖에 남지 않아서다.

송정동에 위치한 B건축사 사무소 관계자는 “관리지침을 진작에 만들었다면 오포가 이렇게까지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규제강화를 목적으로 한 만큼 재산권 침해 조항이 있어 민원인들과 다툼이 생길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오포 난개발이 심각한 수위에 이르자 지난 1월 신현리 능평리 문형리 등 25개 구역 12.824㎢를 대상으로 성장관리방안 시행지침 적용에 들어갔다. 기존 4m 도로만 접하면 되지만 이를 6~10m로 강화하고 심의를 받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다.

신현리에서 S공인중개사무소를 하고 있는 이모씨는 “출퇴근 때 차가 많이 막힌다는 소문이 돌아서 그런지 분양이 예전만 못하다”면서 “2차로 도로가 2개뿐이라 이를 확대해야 하는데 문제는 돈 아니겠냐”고 우려했다.

오포읍 일대에는 2011~2015년 광주시가 허가한 빌라주택의 절반가량(44%)인 1만256가구가 몰려 인구가 2010년 5만8,376명에서 최근 9만7,654명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극심한 교통난과 초등학교 부족에 따른 민원이 극에 달하고 있지만 아파트와 빌라주택 공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진작에 제대로 지침을 만들어 관리하지 못한 잘못은 분명히 맞다”면서 “2030도시관리계획에 맞추다 보니 부득이 지난해 5월쯤부터 지침 마련에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이범구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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