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섭 기자

등록 : 2018.07.21 10:00

[변태섭 기자의 교과서 밖 과학]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 최근 몇년 경신 또 경신

올해 무더위는 지구온난화 비극의 서막일지도

등록 : 2018.07.21 10:00

게티이미지뱅크

때 이른 폭염으로 벌써 전국에서 닭 75만 마리(17일 기준)가 폐사했다. 오리 2만6,000마리도 ‘살인 더위’를 견디지 못했다. 닭ㆍ오리 등 가금류는 깃털로 몸이 덮여 있고,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열사병ㆍ열경련 등 온열 질환을 앓는 이들 역시 급증하고 있다. 1973~1993년 연평균 8.6일이던 전국 폭염일수가 1994~2017년 12.8일로 늘어난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피해는 어쩌면 앞으로 인류가 겪을 막대한 고통의 일부일지 모른다. 지구온난화 파국을 막을 마지노선조차 얼마 있지 않아 무너질 거란 경고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는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 수준으로 계속될 경우 2040년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1.5도 이상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각국이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에 미흡하기 때문이다.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로 억제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과 1.5도 상승에 따른 자연ㆍ사회ㆍ경제적 영향 등이 담길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오는 10월 인천에서 열릴 제48차 IPCC 총회에서 공개ㆍ승인될 예정이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장은 “IPCC가 1.5도 특별보고서를 채택하기로 한 건 기존 국제사회가 추구했던 목표가 결코 안전한 수준이 아니라는 경고를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전 세계 195개국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이번 세기말까지 지구 전체 연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가능하면 1.5도)로 제한하기로 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서명했다.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은 인류의 삶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영국 런던 위생ㆍ열대의과대학원(LSHTM) 연구진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현재 추세로 지구 평균기온이 오르면 농업용수로 쓸 수 있는 물이 줄고 기온상승에 농작물이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며 “그로 인해 이번 세기말 채소 생산량이 31.5%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1975년 이후 발표된 관련 논문 174편을 재분석해 얻은 결과다.

미국 워싱턴대ㆍ일본 도쿄대 공동 연구진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쌀의 영양분이 떨어진다”고 발표했다. 세기말 예상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568~590ppmㆍ현재 400ppm 남짓) 환경을 만든 뒤 재배 실험을 해본 결과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조건에서 자란 쌀은 현재보다 단백질 함량이 10.3% 줄었다. 철분 8%, 비타민B1(티아민) 17.1%, 비타민 B9(엽산)도 30.3% 감소했다. 체내 함량이 부족하면 무기력증, 우울증, 기형아 출산, 성장 장애 등을 불러올 수 있는 영양분들이다. 해당 논문은 올해 5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이 밖에도 ▦동식물 대량 멸종 ▦태풍 세기 증가 ▦급속한 사막화 ▦열대성 질병 확산 ▦침수피해 급증 등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는 셀 수 없이 많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올라 해수면이 0.86m 높아지면 연간 침수피해만 14조 달러(약 1경5,800조원)에 달할 거란 추산도 있다.

지난해 오른 지구 평균기온 상승분(0.9도ㆍ1951~1980년 평균 대비)이 1880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높았다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분석은 더 이상 지구온난화가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온도 상승 정도가 가장 컸던 해는 2016년(0.99도)이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를 저지하려는 노력은 더디기만 하다.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각국이 내놓은 이산화탄소 저감 정책 등을 고려해도 이번 세기말 지구 평균 기온은 2~4.9도 상승하게 될 것”이란 연구결과를 내놨다.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이상 상승할 확률은 95%로 나타났다. 반면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2도 이내로 억제)를 달성할 가능성은 5%, 1.5도 안쪽으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제한할 확률은 1%에 불과했다.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지구 평균기온 제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환경파괴는 물론, 경제ㆍ사회ㆍ보건 등 모든 분야에서 심각한 위험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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