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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2호기 수명연장 험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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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2호기 수명연장 험로 예고

입력
2017.02.0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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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경북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수명 연장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향후 국내 다른 원전들의 수명 연장 여부에도 파장이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월성 1호기와 오는 6월 영구정지를 앞둔 고리 1호기를 제외하고도 향후 10년 안에 설계수명 종료를 앞둔 국내 원전은 8기나 된다. 당장 6년 뒤인 2023년 고리 2호기부터 해마다 차례로 한두 기씩 수명이 끝난다. 2024년엔 고리 3호기, 2025년엔 고리 4호기와 한빛 1호기가 가동을 멈춰야 한다. 원자력업계는 이들 대부분을 설계수명보다 더 가동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당연히 수명 연장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수명 연장을 위해선 월성 1호기 때처럼 수명 종료 시점 2~5년 전에 안전성을 검사하고 관련 서류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2023년 수명이 끝나는 고리 2호기는 당장 내년부터 수명 연장 신청이 가능하다.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이 이른 시일 안에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고리 2호기의 수명 연장 절차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원안위는 이날 법원 판결 이후 “허가에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항소할 계획을 분명히 했다. 한수원 역시 “기술적으로 특별히 새로운 문제가 제기된 건 아니어서 보완 서류를 제출하고 규제기관(원안위)의 입장을 따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월성 원전 인근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 월성 1호기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수명 연장 허가 이후 2년여 만에 다시 불거지면서 이후 고리 2호기 등 추가 갈등까지 예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 심사 기간 동안 제기됐던 안전성 문제들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최종 허가가 결정됐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를 설계수명 만료 시점(2012년 11월) 이후 10년 더 가동하겠다며 2009년 12월 허가를 신청했다. 이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추가 점검이 이어지다 2015년 2월 제35차 원자력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5시간여 마라톤 회의 끝에 결국 5년여 만에 표결로 수명 연장이 결정됐다. 반대하던 위원 2명은 퇴장했고, 남은 위원 7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위원들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안전성을 둘러싼 이견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극한 상황에서 원전이 얼마나 견디는지를 검증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대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문제 없다’는 입장을 내놨고, 민간검증단은 ‘위험하다’고 봤다. 월성 1호기와 같은 유형의 원전을 다수 가동하는 캐나다의 안전기준을 충분히 적용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월성 1호기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었다. 국가 중대 사안을 논의하는 회의 운영에도 허점이 노출됐다.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원안위 위원들의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노출되고 회의 방청 규정도 무시됐지만, 원안위는 속수무책이었다.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수명 연장을 표결로 밀어붙이는 건 무리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고, 이는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다.

월성 1호기의 설비용량은 679메가와트(㎿)다. 전체 원전 용량(2만3,116㎿)의 2.9% 수준이기 때문에 가동되지 않아도 전력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원자력 정책 의사결정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자력 정책 결정 과정의 문제점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해서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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