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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학자치언론, 실험은 계속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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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학자치언론, 실험은 계속돼야 합니다”

입력
2017.03.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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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알바비로 겨우 버텼지만

‘학교비판=스펙방해’ 인식 탓

신입 1명… 인력난에 무너져

‘비주류’ 차별 대우 아픔에도

지난해 학과개편 단독 성과

“지원금 받는 학보사 갈 길 멀어”

성신여대 자치언론 '성신퍼블리카'가 21일 폐간을 결정했다. ‘찾는다 신입기자’에 응답을 한 학생은 고작 한 명뿐이었다. 성신퍼블리카 제공
성신여대 자치언론 '성신퍼블리카'가 21일 폐간을 결정했다. ‘찾는다 신입기자’에 응답을 한 학생은 고작 한 명뿐이었다. 성신퍼블리카 제공

“유감스럽게도 이번 3월에는 정규 기사가 아닌 폐간 인사로 독자 분들을 찾아 뵙게 되었습니다.”

성신여대의 자치언론 월간지 ‘성신퍼블리카’가 21일 폐간했다. 발간 5년 만이다. 대학마다 학교에 비판적인 학내 언론사의 편집권을 간섭하는 등 대학언론의 자유가 잇달아 수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눈치 보지 않고 성역 없는 비판을 하겠다”고 고군분투해왔던 학내 대안언론의 날개가 꺾였다는데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퍼블리카 편집장 A씨는 22일 “자유로운 비판을 꿈꿨지만 늘 자금난과 인력난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에 발목을 잡혔다”고 폐간 이유를 밝혔다. 학보사처럼 대학에서 주는 지원금이나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처지라 기자들이 갹출로 취재하고, 학교 근처 카페나 자취방에 모여 회의하고, 신문을 발행해 왔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그는 “돈 낼 사람은 없고, 그래도 신문은 나와야 하니까 기자들이 서빙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을 쏟아부었다”고 했다.

발행부수라고 해봐야 100부 가량, 10만원 정도만 있으면 발행에 문제는 없지만 네 명밖에 남지 않은 기자들에게는 그마저도 큰 부담이었다. 폐간을 알리는 글에서 A씨 등은 “저희도 기자이기 이전에 보통의 학우들”이라며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졸업과 취업 등 대학생으로서 맞닥뜨리는 문제들과 기자생활 병행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발행물 비치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 없어 성신퍼블리카 발행물이 바닥에 놓여져 있다. 성신퍼블리카 제공
발행물 비치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 없어 성신퍼블리카 발행물이 바닥에 놓여져 있다. 성신퍼블리카 제공

무엇보다 대안언론으로서 공언했던 자유로운 비판 자체가 쉽지 않았다. A씨는 “학교 측에서 인정하는 공식언론이 아니다 보니, 회의에 참석하거나 자료를 받는 것조차 어려웠다”고 했다. ‘너희들이 무슨 기자냐’라는 시선도 여러 번 느껴야 했다. 지난해 3월 프라임사업으로 인한 성신여대 학과개편안을 가장 먼저 보도하는 등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비주류 언론’의 한계는 명확했다.

신입기자를 받는 것 자체도 수월치 않았다. “돈도 안 되고 스펙(취업을 위한 학점이나 영어점수 등)도 안 되는 일을 누가 하려고 하겠냐”는 이유였다. 실제 2월부터 한 달 가량 신입모집 공고를 냈지만, 찾아온 학생은 고작 한 명이었다. 익명으로 활동했지만 본인이 다니고 있는 학교를 앞장서서 비판해왔던 사람을 어느 기업에서 좋아하겠냐는 짐작, ‘학교에 미운 털 박힐지 모른다’는 우려도 신입모집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A씨는 “갈수록 줄어드는 기자 수는 고스란히 남겨진 사람들의 부담이었다”며 “교열이나 디자인, 편집도 다 기자들이 해야 하니까, 마감 주인 매월 넷째 주에는 거의 매일 모여 밤새는 게 일이었다”고 했다.

A씨는 “남아 있던, 견뎌냈던 네 명 기자들은 이제 교환학생 졸업 취업 등 각자 길을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어렵게 이끌어온 만큼 폐간 결정도 쉽지 않았을 터. 그러나 의외로 “만장일치로 폐간을 결정했다”는 게 A씨 얘기다. “버겁고 힘에 부쳤어요. ‘이런 식으로 끌고 가느니 폐간하는 게 우리들을 위해서도, 성신여대 학생들을 위해서도 낫겠다’ 싶었던 거죠.” 네 명의 기자들 중 폐간을 반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A씨는 최근 서울대 학보사 ‘대학신문’이 편집권 침해에 저항하며 백지발행을 하는 등 학내언론이 나아갈 길이 아직 멀다고 걱정했다. 그는 “학내언론이 부설기관으로서 학교 눈치, 교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건 이해한다”면서도 “취재나 보도 여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늘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언젠가 다시 생길 자치언론에 대한 기대도 놓지 않았다.

“힘든 길인 것 맞죠. 그래도 학내 부조리를 알리고 학우들 목소리를 자유롭게 담는데 후배들이 나서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기적인 바람일까요?”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성신여대 자치언론 '성신퍼블리카'가 발표한 폐간사
성신여대 자치언론 '성신퍼블리카'가 발표한 폐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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