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박혁권이 “얼굴 알려져 속상하다”고 하는 이유

알림

박혁권이 “얼굴 알려져 속상하다”고 하는 이유

입력
2017.08.27 17:02
0 0
박혁권은 “결혼을 한 번도 안 했다”는 너스레로 미혼임을 강조하지만 누구보다 아빠와 남편을 많이 연기했다. 그는 “나이가 있으니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체력이 꺾이기 전에 강렬한 액션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NEW 제공
박혁권은 “결혼을 한 번도 안 했다”는 너스레로 미혼임을 강조하지만 누구보다 아빠와 남편을 많이 연기했다. 그는 “나이가 있으니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체력이 꺾이기 전에 강렬한 액션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NEW 제공

배우 박혁권(46)은 올 여름 극장가의 ‘숨은 강자’다. 보름 간격으로 내놓은 출연작 두 편이 다 잘됐다. ‘택시운전사’(2일 개봉)는 1,000만 흥행에 성공했고, ‘장산범’(17일 개봉)은 비주류 중의 비주류인 한국 공포영화로선 4년 만에 100만 고지에 올랐다. 그는 자신을 낮춰 작품을 빛내 주는, 그래서 더 빛나는 배우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박혁권은 “감독이 원하는 지점에서 내 몫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겸손해했다.

박혁권의 연기에 담긴 특유의 안정감은 관객에게 신뢰를 준다. 공포 스릴러 장르인 ‘장산범’에서도 그는 정체불명의 목소리에 홀린 아내와 딸을 지키는 모습으로 두려움에 떠는 관객들에게 위안을 줬다. 정작 스스로는 “평소엔 무서워서 공포영화를 못 본다”고 했다. “다른 장르에선 맡은 역할만 잘 수행하면 되지만 공포물에선 관객 반응을 미리 계산하는 공정이 추가돼요. 연기는 일종의 수단인 셈이죠. 영상 효과와 음향 효과가 가미됐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했어요. 친구를 놀래 주려고 책상 밑에 몰래 숨어 있는 것처럼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기능적일 수밖에 없는 역할에도 그는 생활감을 부여한다. 영화 속 가족에 닥친 공포가 현실처럼 다가오는 것도 그래서다. “실제 가족은 그렇게 살갑지 않아요. 좋은 얘기도 비꼬아서 하고요. 가족끼리는 친절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연기를 한 덕에 리얼하게 보이나 봅니다.”

영화 ‘장산범’에서 정체불명의 존재로부터 아내와 딸을 지키려는 가장을 연기했다. NEW 제공
영화 ‘장산범’에서 정체불명의 존재로부터 아내와 딸을 지키려는 가장을 연기했다. NEW 제공

‘택시운전사’에선 진실 보도를 위해 싸우는 광주 지역 신문 기자를 연기했다.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이야기라 선뜻 출연했다. 전남 완도에서 군 생활을 하며 광주를 접할 기회가 많았고, 5ㆍ18 묘역에 참배한 적이 있어 특별히 관심이 갔다고 한다. “이 영화가 저에겐 사회 참여라는 의미도 있었어요. 가수라면 노래라도 부를 텐데 배우는 제약이 많아 그 동안 아쉬웠습니다.”

박혁권은 캐릭터 모델인 전남매일신문 기자들의 투쟁도 찾아봤다. 신군부의 만행을 기사로 썼으나 간부가 신문 인쇄를 막자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며 단체로 사직서를 낸 이들이다. 박혁권은 “실존 인물의 이야기인데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며 “사투리보다 감정에 집중해야 했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든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면서 표정까지 어두워졌다.

‘택시운전사’에서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는 기자 역할은 당시 전남매일신문 기자들이 모델이 됐다. 쇼박스 제공
‘택시운전사’에서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는 기자 역할은 당시 전남매일신문 기자들이 모델이 됐다. 쇼박스 제공

박혁권은 자기 평가에 유난히 박하다.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를 봤는데 어떻게 내 연기에 만족하겠어요. 호날두의 볼을 본 축구선수가 자만할 수 있을까요. 맛있는 짬뽕 집을 아는데 일반 짬뽕이 성에 차겠냐고요.”

박혁권은 극중 인물이 ‘진짜’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극적 사실성을 위해 세트까지 만드는데 배우가 가짜 연기를 하면 되겠냐”며 “대구탕에 들어간 대구가 가짜이면 그 음식은 쓰레기일 뿐”이라고 비유했다. 그래서 때로는 얼굴이 알려진 게 속상하기도 하단다. “‘진짜 의사 아냐?’ ‘진짜 깡패 아냐?’ 이런 평을 듣고 싶은데, 지금은 어떤 연기를 해도 배우가 박혁권이라는 걸 모두 아니까요.”

박혁권은 1993년 극단 산울림에서 연기를 시작해 뮤지컬과 연극을 두루 거쳐 2007년 드라마 ‘하얀거탑’으로 얼굴을 알렸다. 영화 ‘시실리 2km’ ‘음란서생’ ‘차우’ ‘의형제’ ‘스물’ 등 숱한 작품에 출연했고, 드라마 ‘펀치’의 매력적 악역 조강재와 ‘육룡이 나르샤’의 신스틸러 길태미 등 불멸의 캐릭터를 빚어냈다. 그러면서도 단편영화나 웹드라마 같은 작은 작품도 외면하지 않았다. 그렇게 쌓인 출연작이 10여년 사이 90편 가까이 된다.

“이제 쉴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 중입니다. 그러다 인생작 제안이 들어오면 어떡하나 싶긴 하지만, 연기에 대한 생각을 점검할 때인 건 맞습니다. 그래서 안식년을 좀 가지려고요. 물론 통장 잔고가 바닥나면 금세 돌아오겠지만요. 하하.”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박혁권은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화려한 눈 화장으로 눈길 끈 제일검 길태미 역에 대해 “죽기 전까지 다시는 못 만날 파격 캐릭터”라고 말했다.
박혁권은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화려한 눈 화장으로 눈길 끈 제일검 길태미 역에 대해 “죽기 전까지 다시는 못 만날 파격 캐릭터”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