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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책꽂이] 군살 빼겠다고 근육 없앴다면 그것은 실패한 구조조정

입력
2018.07.02 16:11
수정
2018.07.02 21: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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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은행장의 ‘지속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

비나이 쿠토 등 지음ㆍ범용균 등 옮김

한울 발행ㆍ336쪽ㆍ3만4,000원

▦추천사

모든 기업들이 성장하길 원하지만 그렇다고 모두 성장하지는 못합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합니다. 비용과 조직구성이라는 역학관계를 분석자료와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1949년 설립된 미국 전자제품 유통체인 서킷시티는 2000년만 해도 종업원 6만명, 매장 700개, 연매출 120억달러(13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업체였다. 그러나 아마존이나 베스트바이 등과의 경쟁이 심화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가전제품 부문 철수와 영업직원 수천명 해고 등을 추진했다. 가전 제품에 훤한 베테랑 세일즈맨들의 고객상담 서비스라는 핵심 역량을 당장의 비용 절감을 위해 버린 것이다. 결국 서킷시티는 2008년 금융위기의 파고에 쓸려 창사 60년 만에 도산했다.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는 2008년 위기 와중에 서킷시티와는 다른 선택을 했다. 불요불급한 비용은 줄이되, 회사가 지켜온 3대 핵심 역량(고객 참여, 공급망 효율화, 최저가격 책정)에 대한 투자만큼은 그대로 이어갔다. 이 시기 이케아는 매장에 도우미가 상주하는 어린이 놀이방과 편리한 셀프서비스 식당을 도입했고, 공기충전제를 없애 포장 부피를 줄이는 등 통상적 방식과 다른 비용 절감책을 찾아냈다. 덕분에 인력 감축은커녕 오히려 매장을 늘리며 위기 국면을 벗어났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소속 컨설턴트인 저자들이 도입부에 제시한 두 회사의 엇갈린 존망은 이 책의 주제를 간명하게 요약해주고 있다. 기업이 녹록지 않은 여건 속에서 매출 증대 및 수익 극대화라는 지상과제를 수행하려면 비용 절감이 필수적이지만, 이 과정에서 자칫 불필요한 비용뿐 아니라 ‘생산적 비용’까지 줄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이어트로 표현하자면 체지방을 빼겠다고 ‘근육’까지 줄여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예산 삭감, 명예퇴직, 해고를 반복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비용 절감 방식이 아니라는 지적도 이러한 관점과 맞닿아있다.

이케아 사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위기 속에도 회사의 생존과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근육’은 바로 핵심 역량이다. “경쟁사와 차별화되고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고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3~6개의 핵심 역량군(群)을 갖출 때 기업은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고 저자들은 단언한다. 예컨대 스마트폰 강자 애플은 기민한 소비자 요구 파악, 신속한 기술 확보, 직관적이면서 우아한 설계, 멋진 제품 포장 및 광고, 경쟁력 있는 가격 책정 등에서 역량을 두루 겸비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따라서 진정한 구조조정은 기업이 핵심 역량에 집중할 수 있도록 비용 구조와 조직 체계를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저자들은 이를 기업의 ‘체질 개선‘(Fit for Growth)이라고 명명하면서 바람직한 비용 관리 기법을 실제 컨설팅 사례와 더불어 9가지로 제시한다.

물론 기업의 체질 개선은 쉬운 과정이 아니다. 모든 임직원이 익숙했던 기존 관습을 버리고 낯선 조직구조, 업무방식, 규칙 등에 적응하려 애쓰지만 노력의 결과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형식적 제도를 넘어 문화를 바꿔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리더십의 역할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책은 경영자라면 비용 효율화 방법뿐 아니라 어떻게 혁신에 대한 열정을 북돋을지, 그러한 혁신을 어떻게 관리하고 지속성을 유지할지에 대해 늘 질문하고 답을 구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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