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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우리를 卒로 보나, 사드 가져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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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우리를 卒로 보나, 사드 가져가라

입력
2017.05.0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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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를 분석하는 틀은 여러 가지인데 흔히 바둑판과 장기판에 비유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전략적인 측면이 강한 바둑판적 분석을 한다. 바둑돌은 그 하나하나의 가치가 똑 같지만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능력이 크게 달라진다. 반면에 장기판은 좀 더 전술적인 측면이 강하다. 가장 중요한 왕에서부터 공격과 방어의 핵심인 차와 포, 그리고 초반 난전에서 죽어도 별로 아깝지 않은 졸 등, 모든 장기알은 그 크기와 능력이 애초에 다르다. 전쟁은 무기체계와 부대의 능력 때문에 장기와 같은 측면이 강한데, 오직 바둑의 시각으로 그 판을 분석하려 한다면 오류가 발생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군사 분야는 어디에 포석하느냐 하는 바둑도 중요하지만,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를 먼저 알고 시작하는 장기판적 분석도 필요하다.

2일 오후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 사드 발사대가 배치돼 하늘을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 사드 발사대가 배치돼 하늘을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드 배치도 그렇다. 사드는 방어무기지만 플레이어에 따라 그 가치가 다르다. 우리에게는 북한의 핵탄도미사일을 막아 줄 수 있는 핵심무기체계지만 북한의 미사일 중에 속도가 빠른 무수단미사일이나 레이더 탐지 각도 밖에서 쏘는 SLBM은 막을 수 없는 등, MD체계의 최고 핵심무기는 아니다. 장기로 치면 ‘마(馬)’ 쯤의 가치라고나 할까. 반면에 미국에게 사드는 중국과의 패권경쟁 상황에서 중국의 대미공격용 ICBM과 미국의 중국 공격전략의 마지막 단계인 강제진입 과정에서 대함탄도미사일 등을 조기경보 할 수 있다. 또 미국이 구축 중인 태평양 전구 미사일방어 네트워크시스템의 가장 핵심 무기체계이기 때문에 ‘포’ 정도 이상의 가치라 본다. 그럼 장기 둘 때 마와 포를 바꾼다면 누가 더 손해라 느껴질까. 당연히 포가 아깝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우리 마와 미국의 포에 대한 가치판단을 잘못하고 미국이 포를 버릴까 전전긍긍한다.

판을 더 키워서 미국이 소련과 패권경쟁 할 때를 장기판으로 보면 군사전략목표인 모스크바와 가장 가까운 서독은 ‘차’, 태평양의 관문인 일본은 ‘포’ 정도 된다. 우리는 포 앞에 있는 ‘졸’ 정도로 판단했을 수 있다. 그래서 1950년에 애치슨 국무장관이 우리나라를 극동방어선에서 제외한 것이라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미국의 상대는 중국이다. 미국의 군사전략적 목표는 베이징이다. 더 이상 독일은 미국의 ‘차’가 아니고 거의 국외자다. 반면 일본은 여전히 ‘포’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의 가치는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지정학적 위치와 강제진입 작전 시에 우리나라로 인해 전면적인 상륙작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 등으로 더 이상 졸이 아니다. 바로 우리가 군사적으로 미국의 ‘차’다.

이렇게 달라진 지정학적 가치를 우리 스스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아직도 우리가 졸인 줄 안다면, 미국의 사드 비용 전가 문제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모든 면에서 수세적일 수밖에 없다. 또 미국이 제한하고 있는 우리의 전략적 능력인 미사일사거리 협정과 원자력 협정 등에 대한 개선을 엄두도 못 내게 된다. 우리가 미국의 군사전략에 전폭적으로 협조하지 않았을 때 미국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계산해 본다면 우리가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걱정하거나, 사드 비용을 논쟁하는 것이 황당하다. 그것은 관성적으로 우리 스스로 아직 졸인 줄 알고 미국과 협상하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우리가 우리 입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니 미국도 우리를 아직 졸로 보는 것이다.

새 정부는 부디 우리의 군사전략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여 미국과의 협상에서 제 목소리를 내주기 바란다. 한반도의 사드는 미국의 대중국 MD전력의 최고 핵심무기다. 일본배치 사드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다. 우리의 상승한 지정학적 가치를 잘 판단하여 사드 비용을 전가하려면 가져가라고 당당하게 목소리 낼 수 있다면, 냉전시대에 서독이 미국에서 받았던 혜택을 고스란히 물려받을 수 있다. 우리는 졸이 아니라 장기판의 최고인 ‘차’다.

신인균 자주국방 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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