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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장] 텅 빈 계란 매대… 시민들 “믿고 먹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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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장] 텅 빈 계란 매대… 시민들 “믿고 먹을 게 없다”

입력
2017.08.1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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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달걀' 파문으로 달걀 판매가 중단된 15일 서울 용산구 대형마트의 달걀 판매대가 텅 비어 있다. 손영하 기자
'살충제 달걀' 파문으로 달걀 판매가 중단된 15일 서울 용산구 대형마트의 달걀 판매대가 텅 비어 있다. 손영하 기자

유럽에 이어 국내산 계란에서도 살충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되며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초 덜 익은 고기 패티가 원인으로 지목된 용혈성요독증후군(HUSㆍ일명 햄버거병) 파문 한 달 만에 친환경인증까지 받은 농가에서 살충제 계란을 출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도대체 무엇을 믿고 먹어야 하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국내 주요 대형마트가 계란 판매 중단을 선언한 15일, 서울 용산구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은 빈 계란 판매대 앞에서 걱정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부인과 함께 장을 보러 온 김봉옥(70)씨는 “뉴스를 접하고 계란은 절대 안 사겠다 마음 먹었다. 앞으로 찜찜해서 계란을 어떻게 먹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임신 중인 주부 이모(28)씨는 “‘임신 중 계란을 먹는 게 좋다’는 말에 매일 한 알씩 챙겨 먹고 15개월 된 첫째 아이한테도 아침마다 계란프라이를 주고 있는데 졸지에 농약을 먹인 엄마가 됐다”고 탄식했다.

계란이 활용도 높은 식재료라는 점에서 시민 불안감은 더욱 컸다. 서울 영등포구 한 쇼핑몰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32)씨는 “버터며 마요네즈, 빵, 면 같이 자주 먹는 식품에 계란이 다 들어가는데 무슨 수로 피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모(31)씨 "유통은 금지됐다지만 외식업계에서 이미 납품 받은 계란을 어떻게 처리할지 등에 대해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나온 게 전혀 없다"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계란 껍질에 새겨진 고유번호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계란에는 서울(01), 경북(14) 등 생산지 시·도를 구분하는 두 자리 숫자가 적혀져 있는데,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경기(08)에서 생산된 계란을 피하는 게 좋겠다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주부 권모(41)씨는 “집에 있는 계란을 확인해보니 08이 아니라 안심은 됐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달걀 대체 식품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도 보였다. 주부 문모(40)씨는 “계란 외에 단백질을 보충할 만한 식품이 뭐가 있나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소비자 입소문에 민감한 요식업계에서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계란을 쓰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내건 곳도 여럿이었다. 종합식품기업 아워홈 관계자는 “냉면, 볶음밥 등 계란이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요리에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SG다인힐 계열 이탈리안 음식 전문점 관계자는 “당분간 피자 도우도 계란 없이 반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 초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던 제과점 등 일부 점포는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김모(43)씨는 “한동안 고생하다 겨우 회복되나 싶었는데, 이제는 (살충제 계란 공포로) 소비심리까지 위축돼 더 걱정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파리바게트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 관계자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물량은 2~3일치 정도”라며 “정부 출하 중단 조치가 길어지면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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