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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용 의혹 조작 시인한 국민의당, 당 존폐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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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용 의혹 조작 시인한 국민의당, 당 존폐 기로

입력
2017.06.2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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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측근 대거 연루

“제보자가 직접 작성한 거짓 자료

허위 사실 공표로 국민께 송구”

檢, 조작 혐의 국민의당 당원 긴급체포

수사 압박에 ‘꼬리자르기’ 비판도

與 “공작 정치” 배후 규명 촉구

문 대통령 “늦게나마 진실 밝혀져 다행”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대선 당시 제기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취업특혜 의혹이 조작됐음을 시인하고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대선 당시 제기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취업특혜 의혹이 조작됐음을 시인하고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이 26일 19대 대선 당시 당력을 총동원해 집중적으로 제기했던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취업특혜 의혹 중 일부가 조작됐음을 자인했다. 국민의당은 박주선 비대위원장이 직접 나서 사과했지만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에 압박을 느끼고 ‘꼬리자르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이날 밤 늦게 문씨 의혹을 허위 제보한 국민의당 당원을 긴급 체포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 파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대선 패배 이후 존재감 약화로 위기에 빠진 국민의당으로선 당의 존립 자체가 위험에 빠진 형국이다.

서울남부지검 공안부(부장검사 강정석)은 이날 밤 문준용씨에 대한 취업 특혜 의혹과 관련한 제보 내용을 조작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로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38)씨를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대선을 불과 4일 앞둔 지난달 5일 “문씨가 다닌 미국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 동료로부터 문씨의 고용정보원 입사와 관련해 당시 문재인 후보가 개입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제보자의 발언 녹취와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조작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의 제보 내용 중 “준용씨가 ‘아빠(문 후보)가 얘기를 해서 어디에 이력서만 내면 된다’고 말했다. (준용씨가) 노동부인가 고용정보원인가 거기를 그냥 아빠 친구 회사쯤으로 여겼다”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까지 거세게 요구했다. 이후 문 후보 측은 “A씨의 발언은 가짜”라며 검찰에 이 사건을 고발 조치했으나, 국민의당은 대선 전날까지도 준용씨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 빗대 ‘문유라’라고 지칭하며 28개의 논평을 내놓는 등 당력을 총동원했다.

그러나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가 해당 제보에 대해 자의적으로 직접 작성한 거짓 자료라고 자백했다고 밝히며 관련 의혹 제기가 조작된 것임을 시인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본의 아니게, 국민 여러분께 허위 사실을 공표하고 혼란을 드려서 공당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당사자인 문 대통령과 아들 준용씨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당의 조작 시인은 검찰 수사 진행에 압박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검찰이 이씨의 조작 사실을 당보다 먼저 발표할 경우, 1년 전 리베이트 파문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의당은 사태를 수습할 기회도 없이 당 전체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이씨 등을 서울 남부지검에 자진 출두시킨 사실을 먼저 언론에 공개한 뒤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하길 바라며, 결과에 따라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조치하겠다”며 퇴로를 모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공작정치’로 규정, 검찰에 철저한 배후 규명을 촉구했다. 백혜련 대변인은 이날 “국민의당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조작을 덮기 위한 ‘꼬리자르기식 사과’를 한 것이 아니냐”며 “안철수 전 후보 등 책임자들이 과연 이 사실을 몰랐을지도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결국 안 전 후보가 ‘결자해지(結者解之)’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작 당사자인 이씨는 안 전 후보가 근무했던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출신으로서 2012년 18대 대선 때도 안 전 후보의 진심캠프에서 활동했다. 이씨는 최근 “(선대위) 모 위원장으로부터 지시 받아서 한 일”이라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조작된 제보를 공명선거추진단으로 연결시켜준 이준서 전 최고위원도 안 전 후보가 영입한 인물이다. 선대위 전 핵심 관계자는 ”국민들의 합리적 의심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안철수 전 대표도, 국민의당도 정치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상황으로 흐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작 파문의 여파가 당 분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의 한 현역의원은 “공공연히 민주당 복귀를 주장했던 동교동계가 다시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탈당 움직임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한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통해 “뒤늦게나마 진실이 밝혀져 다행”이라고만 짧게 입장을 밝혔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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