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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이순재 쌤 한마디에 ‘꽃할배’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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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이순재 쌤 한마디에 ‘꽃할배’ 컴백”

입력
2018.06.27 17:44
수정
2018.06.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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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가 2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리턴즈’ 기자간담회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CJ E&M 제공
나영석 PD가 2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리턴즈’ 기자간담회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CJ E&M 제공

“이순재 선생님이 하신 ‘한 번 가야지’ 하는 한 마디에 여행을 떠난 겁니다.”

나영석 PD가 3년 만에 tvN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인 ‘꽃보다 할배’ 시리즈로 돌아왔다. 그는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기존 출연자에 김용건이 새로 합류한 ‘꽃보다 할배 리턴즈’를 29일 선보인다. 나 PD는 2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꽃보다 할배 리턴즈’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다.

나 PD는 이번 시즌의 시작이 “이순재 쌤”으로부터 비롯됐다고 했다. 지난해 이순재와 차를 마시던 나 PD는 “한 번 안 가? 또 한 번 가야지”하는 이순재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3년이나 흘러서 ‘대중에게 잊혀진 걸 아닐까’하는 마음이 컸던 지라 선뜻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기획하지 못했다. ‘윤식당’과 ‘알쓸신잡’ 등 새로운 예능프로그램을 제작하느라 ‘꽃보다 할배’ 재개를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꽃보다 할배’ 출연자 중 가장 연장자인 이순재가 여행을 가자고 했으니 프로그램 재정비를 고려하게 됐다.

“선생님들의 연세와 건강이 가장 걱정됐어요. 이순재, 신구 선생님은 여든이 넘으셨으니까요. 선생님들이 여행 스케줄을 힘겨워하시면 어쩌나 했는데, 이순재 선생님이 의욕을 보여주신 게 저희 제작진에게 도화선이 된 듯합니다.”

제작진은 여행지를 선별하기 시작했다. 노령 출연자들에게 비행시간이 무리가 되지 않고, 출연자들이 해당 지역 날씨를 견딜 수 있는지를 따졌다. 되도록이면 출연자들이 가본 적이 없는 곳도 선별 조건 중 하나였다. 중동부 유럽이 선택된 건 이 세가지가 충족됐기 때문이다. 베를린 프라하 잘츠부르크 비엔나 등을 돌고 왔다.

새롭게 변화를 준 건 ‘막내’ 김용건의 합류다. 그는 다른 네 배우와 함께 수십 년간 연기 이력을 쌓은 동료이기도 하다. 20대 시절에는 백일섭과 함께 살기도 했고, 박근형과도 친분이 깊었다. 나 PD는 “이미 김용건 쌤은 별명이 있더라”며 “백일섭, 박근형 쌤이 젊은 시절부터 ‘건건아, 건건아’ 했다고 한다. 하도 농담을 많이 해서 싱겁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나 PD는 “김용건 쌤은 실제로 하루에 농담을 약 1,000개는 하는 듯하다”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겠더라”고 숨은 이야기도 전했다. 김용건은 이번 여행을 위해 제작진도 모르게 국제운전면허증을 취득해왔다고. 나 PD는 “김용건 쌤은 혹시 운전할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다”고 했다며, “그러나 다른 선생님들이 ‘넌 못 믿겠다’, ‘이서진이가 잘한다’며 운전을 못하게 하시더라”는 일화를 전했다.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리턴즈’ 포스터. CJ E&M 제공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리턴즈’ 포스터. CJ E&M 제공

나 PD에게 ‘꽃보다 할배’는 특별하다. 그는 “KBS에서 CJ E&M으로 이직해서 처음 선보인 게 ‘꽃보다 할배’”라고 말했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간다. “계산을 하지 않는 유일한 프로그램”이라고도 했다.

“다른 프로그램들은 여러 가지 계산을 합니다. 잘 되야 하는데, 시청률이 높아야 하는데, 이번 것으로 협찬 좀 많이 따와서 회사에 이익이 남아야 하는데 등 계산을 하게 되요. 하지만 ‘꽃보다 할배’는 이런 계산에서 벗어난 프로젝트 입니다. 가능하면 계산 없이 가고 싶은 프로그램이죠.”

‘꽃보다 할배’ 시리즈에는 시청률을 위한 ‘옵션’도 지웠단다. 중간에 사건을 넣어서 몰입감을 높인다거나, 깜짝 손님이 방문하는 등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는다. “다소 밋밋하더라도 어르신들 방해하지 않고 정공법을 택해” 직진하고픈 게 나 PD의 소신이라면 소신이다.

그래도 시청률 얘기에는 자못 진지해졌다. 개의치 않는 게 아니라 “개의는 한다”고. “‘꽃보다 할배’에 기대하는 건 7~8% 정도의 시청률”이라며 웃으면서도 “(시청률이) 많이 나오면 기쁘겠지만, 떨어져도 5% 아래로는 안 갔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지난 6일 종방한 tvN ‘숲 속의 작은 집’의 시청률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자연 속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모습을 배우 소지섭과 박신혜를 통해 선보인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시청률은 4%대로 마감했다. 그간 나 PD의 작품들에 비해 시청률이 아쉬웠다. ‘숲 속의 작은 집’이 바람대로 시청률이 나오지 않아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소지섭 박신혜 보기도 미안할 정도였다”고.

“제가 트렌드를 선도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보수적인 사람이라 가능하면 시청률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끔 자신감이 과할 때가 있긴 하죠(웃음). 딱 네 달 전이었습니다. ‘숲 속의 작은 집’은 시청자들의 요구보다 제작진이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린 듯합니다. 언젠가는 정적인 것이 예능이 지향하는 하나의 도착점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아직은 시기상조이지 않았는가 싶어요.”

그는 트렌드를 선도하겠다는 마음이 없다지만, 이미 국내 예능계에 있어서 선도자다. ‘삼시세끼’ ‘윤식당’ ‘꽃보다 할배’ 등을 히트시켰다. CJ E&M 채널들은 물론이고 지상파 방송,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채널들이 앞다투어 ‘복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중국 후난TV는 ‘윤식당’을 표절한 ‘중찬팅’을 방영했다. 나 PD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건 아니”라며 “기분 나쁜 일만도 아니다”고 했다.

“CJ E&M 안에서 아이디어가 재구성돼 프로그램이 나오는 건 상관 없어요. 어차피 ‘삼시세끼’ 등은 제 것이 아니라 회사 소유니까요(웃음). 해외 표절도 기분은 나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는 면도 있어요. 우리 콘텐츠가 그 쪽에 영향을 미쳐서 시청자들의 수요가 형성된다면 한국 제작진이 그 곳에 가서 (시장을) 재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니까요.”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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