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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먹은 승강기’ 갇힘 사고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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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먹은 승강기’ 갇힘 사고 속출

입력
2018.08.01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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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에 기계 오작동이 주범 

 전기사용 폭증에 정전도 한몫 

 7ㆍ8월 사고 겨울철의 1.5~2배 

부산시소방안전본부 제공
부산시소방안전본부 제공

30일 오전 8시쯤 서울 관악구 신원동 한 오피스텔에서 20대 여성이 탄 승강기가 갑자기 멈췄다. 승강기에 갇혀 공포에 떨던 여성은 관악소방서 구조대에 의해 약 40분 만에 구조됐다. 거주자들은 그 사이 아침부터 푹푹 찌는 날씨 속에 계단을 이용하는 불편을 감수하며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관악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승강기 고장 원인은 기계 오작동, 최근 폭염 탓에 비슷한 사고가 더 잦다. 29일 신림동 순대타운에서 30대 남성이, 24일과 25일에는 각각 서울대 공과대학 건물과 신대방동 소재 대형마트에서 여러 명이 한꺼번에 엘리베이터에 갇혀다가 구조됐다. 소방서 관계자는 “여름철만 되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일”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한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서울 도심 등 전국 곳곳에서 승강기 갇힘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소방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연일 낮 최고기온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을 승강기 갇힘 사고의 주범으로 지목한다. 고층건물 최상층이나 옥상에 있는 승강기 기계실이 뜨거운 열을 지속적으로 흡수하면서, 이로 인한 과열이 내부 부품의 오작동을 일으켜 승강기가 멈춰서는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승강기학회장을 지낸 김찬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부대표는 “고온다습 날씨가 연일 지속되면서 승강기를 구성하는 모든 곳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철저한 방열 시스템을 갖춘 대형 상업시설과 달리, 중소형 빌딩이나 아파트, 오피스텔은 송풍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오작동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전기사용 폭증으로 인한 전력공급 일시 중단도 사고 원인으로 꼽힌다. 30일 오후 11시쯤 성동구 행당동 한 아파트에서 전력 공급이 끊겨 승강기에 갇힌 주민 6명이 약 20분 만에 구조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집집마다 하루 종일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가동해 전력사용량이 늘어나면서, 고층건물 전체의 전력 공급이 중단돼 승강기 갇힘 사고로 이어졌다는 게 소방 당국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소방청 통계를 보면, 7월(3,036건)과 8월(2,774건) 승강기 갇힘 사고 구조 건수는 월 평균(2,003건)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포함 최근 3년간 승강기 구조 건수는 7, 8월만 되면 겨울철(1, 2월)의 약 1.5~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관계자는 “폭염 속 갇힘 사고는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수시로 기계실 문을 열어 통풍을 시켜주는 등 평상시보다 더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승강기 기술이 발전해 추락이나 질식 위험은 거의 없는 만큼 자신이 탄 승강기가 고장 났을 땐 비상호출 버튼을 눌러 고장을 알리고 119구급대에 구조 요청을 해야 한다”라며 “구조 요청 시 승강기마다 부착된 고유번호를 알려주면 조금 더 신속히 구조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l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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