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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통일로 가는 길

입력
2018.05.15 18:5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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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면서 이번 만남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역사적 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평창올림픽의 무사 개최조차 걱정했던 때를 생각하면 경이로운 반전이다. 북한이 올림픽 참가를 넘어 세계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1971년 중국이 핑퐁 외교를 통해 미국과 수교하고 개혁과 개방으로 나아간 것과 데자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6일 ‘신(新) 베를린 선언’에서 밝힌 것처럼 최근의 남북관계 개선은 단기적 목표를 통일에 두기보다 남북 간 평화 공존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별적이다. 하나의 민족이므로 빨리 합쳐야 한다는 통일 담론에 얽매이지 않고 서로 다른 체제를 인정하고 교류ㆍ협력하다 보면 통일은 언젠가 자연스럽게 찾아온다는 것이다. 분단을 고착화시킨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런 접근은 우리 경제사회의 여건과 능력을 고려할 때 현실적이고 타당한 선택이다.

지금 당장 남북이 통일국가가 되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 수준이 된다. 우리나라의 2016년 1인당 소득이 2만7,678달러고 북한은 1,700달러(미 CIA 추정)이기 때문에 양측 인구를 고려하면 얻을 수 있는 수치다. OECD 회원국 중 32위로 통일 국가는 여전히 선진국 클럽에 머무를 수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재앙에 가까운 결과다. 통일에 따른 모든 비용을 대한민국이 짊어져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1990년 통일 이후 1조7,000억달러의 통일 비용 중 EU가 지원해준 80억달러를 제외하고 대부분을 스스로 부담했다. 1991년 통일 당시 독일 GDP 1조8,000억달러와 맞먹는다.

남과 북이 합친 통일국가도 1인당 소득이 2만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남에게 손 벌리기 곤란하다. 통일 비용에 대한 추정은 다양하지만 최소 규모가 1조달러다. 2017년 우리나라 GDP가 1조5000억달러이므로 통일이 되면 국가 부채가 GDP의 66%포인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우리도 독일의 경험처럼 경기 침체가 장기간 계속되는 상황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남북한이 평화적인 관계를 설정하고 북한이 원하는 경제 발전을 시켜줄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국가인 미국과의 수교를 시작으로 정상 국가로 거듭나게 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독립국가 북한이 최빈 개도국인 만큼 국제사회 지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IMF와 IBRD를 비롯한 국제기구에 가입하게 되고 이들로부터 개발자금뿐만 아니라 최고 수준의 조언을 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을 지원해서 기적 같은 경제개발을 이룬 것은 주요 국제기구들로서도 자랑스러운 기억이므로 후속타가 될 수 있는 대북한 지원에 대해 이들도 크게 기대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개발 소스는 서방 선진국이 제공하는 유무상 개발 원조이다. 북한은 풍부한 지하자원 등 개발 잠재력이 커서 많은 원조 공여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나 EU가 운영하는 특혜관세 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이점이다. 양질의 노동력을 활용한다면 단기간 내에 효과적으로 수출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비축된 여력을 북한의 경제개발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가진 개발 경험과 세계 시장에 대한 노하우를 제공하고 우리 기업의 선도적인 대북 투자를 통해 북한이 ‘대동강의 기적’을 일구어 내는데 기여할 것이다.

북한이 본격적인 성장 경로에 들어서고 통합이 가속화하면 통일은 어느 순간 꿈처럼 현실화할 것이다. 고조된 기대감에 비하면 더디겠지만 북한이 과거 우리나라 개발연대 수준의 속도로 추격하고, 우리는 선진국 정도의 성장 모멘텀을 유지해 간다면 그 시기는 50년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조금 돌아가는 듯 하지만 한민족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통일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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