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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삼진' 강정호가 새겨야 할 '3팽4기' 앤드루 톨스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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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삼진' 강정호가 새겨야 할 '3팽4기' 앤드루 톨스 교훈

입력
2016.12.0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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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호/사진=피츠버그 구단 트위터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2일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강정호(29ㆍ피츠버그)가 지난 6일 강남경찰서에 출두해 2차 조사를 받았다.

강정호는 동승자 A모씨와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에 대해서는 혐의를 벗었지만 앞서 강남경찰서가 강정호의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추가로 밝히면서 사면초가에 놓였다. 강정호는 넥센 소속이던 2009년 8월 음주 단속에 걸렸고 2011년 5월에는 물적 피해가 발생한 음주 사고를 일으켰다. 음주운전 삼진아웃 대상자에다가 올해 미국에서 20대 여성 성폭행 혐의까지 더해져 이미지가 땅에 곤두박질쳤다.

같은 잘못을 반복해서 저지른 강정호는 "야구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모범이 돼야 할 프로 선수는 야구만 잘한다고 되는 자리는 아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함을 스스로가 깨달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16시즌 메이저리그에 혜성처럼 나타나 LA 다저스의 보물로 떠오른 앤드루 톨스(24ㆍ다저스)의 기막힌 야구 인생은 새겨볼 필요가 있다.

톨스는 고교 시절부터 대단한 유망주였다. 졸업 해이던 2010년 당시 플로리다 말린스에 4라운드 지명을 받았지만 거절하고 테네시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항상 행실이 문제였다. 개인적인 이유로 팀을 들락거렸다.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사우스이스턴(SEC) 지구 올해의 1학년 선수에 뽑힌 이듬해 야구부에서 쫓겨난다. 당시 감독은 "선수는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무가 있다"며 톨스의 불성실함을 꼬집었다. 이후 그는 호세 바티스타(36), 러셀 마틴(33), 패트릭 코빈(27) 등이 다닌 걸로 유명한 치폴라 주니어 칼리지로 갔지만 여기서도 출장정지와 벤치 강등 등의 불미스러운 현상들이 반복되며 팀을 떠났다.

톨스는 운이 좋았다. 그럼에도 앤드루 프리드먼(40ㆍ다저스 사장) 당시 탬파베이 레이스 단장의 눈에 띄어 2012년 드래프트 3라운드로 프로에 입문할 기회를 잡는다. 데뷔 첫 해부터 두각을 드러낸 그는 2년차에는 탬파베이 올해의 마이너리그 선수에 선정된다. 그러나 이듬해 또 문제를 일으켰고 팀은 그를 방출했다.

재미난 건 그가 집안에서 엄청난 기대를 받던 유일한 스포츠 유망주가 아니라는 데 있다. 톨스의 아버지 앨빈은 1985년 북미미식축구(NFL)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으로 테네시 타이탄스 유니폼을 입은 라인베커 출신이다. 그러나 프로에서 꽃을 피우지 못했다. 선수 생활을 조기에 마감하는 무릎 수술을 받고 기억에서 사라졌다.

아버지는 현재 장거리 트럭 운전수다. 그는 지난해 6월 심하게 방황하던 아들을 데리고 전국을 돌아다닌 적이 있다. 아들의 남은 인생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귀한 시간 동안 아버지는 철없던 아들에게 "평생을 네가 사랑하는 일을 할 수도, 생계를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아들은 결국 방출이 됐고 애틀랜타로 돌아왔다. 톨스는 더 이상 야구 유망주가 아니었다. 백수가 된 그를 기다리는 건 생계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하는 냉정한 바깥세상뿐이었다. 그는 크로거(미국의 유명 슈퍼마켓 체인점)의 냉동식품 파트에서 허드렛일을 했다. 톨스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야구를 그만 두고 새벽 3시 30분에서 4시 사이에 일어나 매일 슈퍼마켓 일을 나가는 생활이 끔찍했다"고 털어놨다.

뒤늦게 정신이 번쩍 들었다. 톨스는 그때서야 절박함이 생겼다. 홀로 독학으로 야구 훈련을 재개하던 중 뜻밖의 기회가 찾아든다. 그의 놀라운 재능을 기억하고 안타깝게 여기던 사람이 세상에는 존재했다. 탬파베이 시절 인연이 있던 게이브 케플러(42) 다저스 팜 디렉터다. 케플러는 프리드먼과 의논했고 이메일을 보내 다저스 입단을 제안했다. 그렇게 돌아온 톨스는 2016시즌 싱글A부터 메이저리그까지 4개 팀을 단숨에 섭렵하며 합계 타율 0.331을 기록했다. 빅리그에서만 48경기 0.314 OPS(출루율+장타율) 0.870 등을 거둔 그는 포스트시즌(PS)을 통해 쿠바 괴물 야시엘 푸이그(26ㆍ다저스)마저 벤치로 몰아내는 맹활약을 펼쳤다.

삶의 밑바닥에 떨어져서야 톨스는 비로소 야구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사정은 다르지만 강정호도 도덕적으로 사형선고 직전에 몰렸다. 안일한 정신 상태로 거듭 일으키는 사건사고가 당장 팀 내 입지를 크게 갉아먹었다. 구단은 문제아를 오래 참아주지 않는다. 야구만 잘하면 되지가 아니라는 걸 톨스가 말해주고 있다. 선수 생명과 훗날 명예가 걸린 위중한 상황임을 스스로가 얼마나 절실하게 뉘우치느냐가 중요하다.

강정호는 내년 만 서른 살이 된다. 더 이상 치기 어린 행동이라고 용납될 수도 없다. 섣부른 동정론이나 사회적 용서는 더욱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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