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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칼럼] 자연재해는 피할 수 없는가

입력
2017.10.22 14:0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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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으로 6월 1일 시작해 11월 30일 끝나는 올 대서양 허리케인은 기록적 피해를 냈다. 해당 지역에서 300명 가까이 숨졌고, 피해 추정치는 지금까지 224억 달러에 이른다. 누적사이클론에너지(ACE) 규모는 올해 세 번의 허리케인이 모두 40 이상을 기록했다. 처음 있는 일이다. 다행히 셋 중 하나인 ‘호세’는 주로 바다에 머물러 거의 피해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어마’와 ‘마리아’는 푸에르토리코를 포함한 카리브해에 광범위한 피해를 낳았다. ‘어마’는 ACE가 66.6으로 역대 세 번째로 컸다.

허리케인 ‘하비’는 에너지가 적지만 휴스턴과 텍사스, 루이지애나에 기록적 폭우와 홍수를 몰고 왔다. 하비는 2005년 ‘카트리나’에 따른 뉴올리언스 복구 비용을 웃도는 미국 역사상 최대 피해를 안긴 폭풍일지 모른다. 고용 통계를 보면 9월 미국의 일자리는 3만3,000개가 줄었다. 전문가들은 허리케인이 원인이라고 본다. 게다가 허리케인 철이 끝날 즈음 발생한 ‘네이트’는 미국으로 오기 전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온두라스에서 최소 24명을 숨지게 했다.

하비, 어마, 마리아는 매우 강력했다. 그러나 희생자 숫자와 피해 규모는 우리의 결정과 무관하지 않다. 휴스턴은 평판마저 좋지 않은 방임주의 택지 정책으로 범람원에 주택이 들어서는 것을 막지 않았다. 휴스턴 크로니클 보도에 따르면 1996년에서 2010년 사이 이 지역은 빗물을 흡수할 수 있는 218㎢의 습지를 잃었다. 포장된 지역이 늘어나는 만큼 빗물을 흘려 보낼 배수 용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더 멀리 내다본 계획을 갖고 통제했더라면 희생자도 피해도 더 적었을 것이다.

미리 계획하면 막대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미국 연방비상재난관리청 의뢰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재난 대비에 1달러를 쓸 경우 납세자 1인당 3.65달러를, 추가로 사회 부담 비용을 4달러 줄일 수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이 같은 비용 편익 비율이 훨씬 높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수백만 명이 비옥하지만 홍수에 잠기기 쉬운 삼각주에 산다. 비영리단체 ‘이슬람 구호‘에 따르면 사람들이 사는 이 땅을 경작지로 바꾸면 가구당 525달러를 들여 홍수 피해를 장기적으로 막을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거기에 사는 가족들은 큰 홍수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고, 그때 긴급 구호로 한 달에만 570달러 이상이 필요하다. 방글라데시는 또한 폭풍우 대피소 설치와 사전 경고로 많은 생명을 구했다.

폭풍으로 인한 피해를 완화하기 위한 적시 대응의 효과는 분명하고 사례 또한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이런 대응보다 재난 후 원조와 재건에 훨씬 더 많은 돈을 쓴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더 그렇다. 그도 그럴 것이 가난한 나라들은 평상시에도 배분할 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도주의 구호단체는 지출 균형을 더 쉽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유엔과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부유한 나라 정부들은 구호 지출의 20%를 재난 구조 활동에 썼고, 재난 예방에 투입한 돈은 1%도 안 된다.

예방 조치를 소홀히 하는 이런 비합리적 행동은 두 가지 심리학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 우리는 위험도가 낮은 사건에는 그다지 비중을 두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대재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를 구해야 할지 모를 때 생명을 구하는 것보다 식별 가능한 사람들을 구하는 데 더 관심을 가진다. 첫 번째 심리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타고 갈 때 합리적 비용 편익 계산을 한다면 안전벨트를 매는 게 당연한 선택인데도 안전벨트를 매도록 하는 법이 필요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두 번째 경우는 탄광에 광부들이 갇혔을 때 그들을 구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쓰려고 하면서도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안전 기준 강화는 꺼리는 데서 볼 수 있다. 우리는 갇혀 있는 광부들에게 공감하지만, 더 엄격한 안전 조치로 누구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지는 특정할 수 없다. 이런 형태로 구조된 모든 ‘통계적 목숨’이 결국 특정한 사람의 생명인데도 말이다.

폭풍우란 무엇일까. 우리는 허리케인을 자연의 일이며 저항할 수 없는 사건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에 따른 생명의 피해와 손실을 줄이는 것이다. 기상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 간 온실가스의 지속적 방출로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특정 폭풍을 기후 변화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어도, 열대성 폭풍은 더 따뜻한 바다에서 만들어졌을 때 더 강해진다. 그래서 기상학자들은 더 강력한 허리케인이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대서양의 허리케인은 그런 예측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증거다. 피해 복구 비용을 따질 때는 청정에너지로의 전환과 육류산업의 방출 메탄 감축을 비용 편익 논의에 포함시켜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청정에너지와 환경친화 식품으로 바꿀 여유가 있느냐 여부가 아니라 지구 온난화와 그에 따른 결과를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느냐 여부이다.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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