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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국 징크스와 푸틴의 월드컵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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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국 징크스와 푸틴의 월드컵 활용법

입력
2018.06.14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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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러시아의 날’ 행사를 위해 걸어나오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러시아의 날’ 행사를 위해 걸어나오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1930년 우루과이에서 처음 열린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은 이번 러시아월드컵으로 21회를 맞이한다.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FIFA의 가입국이지만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는 영예는 극히 일부 국가의 것이었다. 우리나라도 2002년 월드컵을 개최했으나 일본과의 공동개최였다. 이는 과열되는 개최 경쟁 열기에 부담을 느낀 FIFA의 유일한 정치적 상상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후에 유럽선수권대회가 종종 공동개최 형식으로 열렸고, 카타르 대회 다음 월드컵이었고 공동개최의 가능성이 있다. 개최 열기가 가중되고, 심지어 그 과정에 비리도 횡행할 만큼 월드컵은 아직까지도 자국에서 열 만한 가치가 있는 대회이다. 단일 종목이지만 올림픽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보장하고, 이벤트 기간은 더 길며, 성적에 따라서 자국민의 애국심마저 고양시킬 수 있다.

월드컵은 대체로 개최국과 관련된 두 속설이 있다. 첫째, 개최국은 대체로 성적이 좋다. 둘째, 월드컵은 개최국의 정치 상황에 이용된다. 지금까지 개최국이 우승을 차지한 횟수는 여섯 번, 25%의 확률로 개최국은 월드컵을 차지해왔다.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과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은 축구가 정치에 동원된 예라고 볼 수 있다. 1934년 무솔리니 치하의 파시스트 정권의 홍보 수단으로 월드컵이 활용되었고, 결국 이탈리아가 우승했다. 1978년 아르헨티나 또한 마찬가지다. 무자비한 군사독재는 월드컵에서의 결과로 자국의 여론을 돌리고자 했고, 조편성에서 판정에까지 갖가지 도움으로 아르헨티나는 우승을 차지한다. 2002년 한국은 아시아 국가 최초로 4강까지 진출했으며, 개최국이 토너먼트에 진출하지 못한 예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이 유일하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은 두 속설에 얽힌 궁금증을 남긴다. 유럽인 듯 유럽 아닌 유럽 같은 러시아의 최종 성적과 현대판 차르, 블라디미르 푸틴의 월드컵 활용법이다. 공산주의 몰락 이후 푸틴 정권에 이르러 러시아는 사실상 1인 지배의 독재 체제가 완성되었다. 소치 동계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월드컵을 개최하는 러시아의 속셈이 그저 ‘축구가 좋아서’는 아닐 것이다. 메달리스트의 상당수가 금지약물을 복용해 메달을 박탈당해야 했던 소치에서의 범죄를 재현하지는 않겠지만, 분명 푸틴에게 있어 러시아의 선전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요소일 테다.

일단 조편성까지는 개최국에게 행운이 깃들었다. 1번 시드를 받은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우루과이를 만난다. 우루과이는 차치하더라도 16강 경쟁 대상인 이집트의 에이스 살라가 최근 UEFA 결승에서 부상을 당했다. 사우디가 러시아에서 큰일을 내리라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러시아의 경기는 15일 사우디와의 일전으로 시작한다. 2018년 월드컵의 시작을 알리는 경기이며 동시에 러시아의 월드컵 열기를 가늠할 수 있는 한 판이 될 것이다.

서효인 시인

서효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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