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11년 만에 정치 중심인 여의도를 벗어나 영등포로 당사를 옮긴다. 한국당은 연이은 선거 참패로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자 11일 여의도를 떠나게 됐다. 지난해 대선과 6ㆍ13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홍준표 전 대표도 이날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했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여의도 구 당사 현판을 떼어냈다. 그는 “여의도 당사에서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하고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을 이룬 보수정당의 여의도 당사를 이제 마무리한다”면서 “저희들은 처절한 진정성으로 더 낮은 곳에서 국민들이 볼 때까지 쇄신과 변화의 노력을 계속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새로 현판이 걸린 신 당사는 국회에서 약 1㎞ 떨어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위치했다.
한국당은 지난 2007년부터 11년간 여의도 생활을 하며 영광의 시절을 구가했다. 차떼기 파동으로 2004년부터 천막당사, 강서구 염창동 당사 생활을 전전하던 한국당은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여의도에 복귀한 뒤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출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분당, 지난해 대선 패배, 나아가 6⋅13 지방선거 참패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며 결국 중앙당 슬림화 등 당 쇄신 차원에서 당사 이전을 결정했다. 생존을 위한 고육책인 셈이다. 영등포 당사는 총무국과 민원국 등 최소한의 부서만 남고 당 사무기능의 대부분은 국회 본관과 의원회관으로 이전한다.
홍 전 대표도 이날 한국을 떠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출국 전 “당내 치열한 내부논쟁이 있는 것이 좋다. 또다시 (갈등 해결이) 미봉으로 그친다면 갈등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주 중 결정될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선 “내가 할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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