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황영식의 세상만사] “홍준표야말로 이정희 같아”

입력
2017.04.21 00:38
0 0

작심한 듯 문재인 후보에 색깔론 퍼부어

존재감 과시 성공도 결국 문 후보에 도움

지지성향별 투표율 격차에 영향 줄 수도

5ㆍ9 대선 판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바싹 그 뒤를 따르는 ‘양강 구도’가 확연하다. 여론조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는 오차범위 내에서, 더러는 오차범위를 미세하게 벗어난 지지율 격차다.

역대 대선을 달군 여야 대결 대신 사실상의 야야 대결 구도여서 문ㆍ안 두 후보 사이에 좀처럼 제대로 각이 서지 않는다. 정책ㆍ노선 대결보다는 둘의 정치적 장점을 중심으로 지지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문 후보의 최대 장점은 제1야당 후보의 당연한 몫인 조직력이다. 역대 선거에서 제1야당은 25~30%의 ‘콘크리트표’를 깔고 선거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박근혜 탄핵의 반사이익이 5% 쯤 덧붙었다. 그러나 역대 대선에서 야당의 고정표는 보수 여당의 30~35%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 타개책이 지역연대(DJP연합)나 후보단일화(노무현-정몽준, 문재인-안철수)였다. 이번에는 불필요하다. 보수 여당의 풍비박산으로 보수 성향 고정표가 천지사방으로 흩어졌다. 고정표로는 문 후보가 단연 선두다.

그런데도 선뜻 그의 대선 승리를 점치기 어렵다. 우선 문 후보의 지지율이 역대 대선 당선자들의 지지율에 아직 못 미친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D-18 시점에서 박근혜(18대)는 45%, 이명박(17대)은 41%, 노무현(16대)은 43%의 지지율을 보였다. 2위 후보(정동영)와의 지지율 격차가 워낙 컸던 17대 대선을 빼면, 45% 가까운 지지율을 보여야 안정적 당선이 점쳐진다.

안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도 아직 크지 않다. 안 후보의 장점은 탈정형(脫定型)이다. 5년 전의 ‘안철수 바람’은 잦아들었지만, 다양한 정치적 모험에 성공하면서 개인적 역량이 커졌다. 무엇보다 부동화(浮動化)한 보수 표심의 임시 정박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갈 곳 없던 중도표나 ‘원조 부동표’ 흡인력도 문 후보에 비하면 크다.

결국 둘의 대결은 조직력이냐, 부동표 흡인력이냐의 싸움이다. 이런 구도에서는 지지자들의 투표 참여가 결정적 변수가 된다. 현재의 단순 지지율은 대개 10% 내외, 때로는 20% 가까운 ‘모름/ 의견 없음’ 응답을 그대로 둔 수치다. 이들이 10%이고, 모두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치자. 나머지 특정 후보 지지자들이 100% 투표한다면, 현재의 40% 지지율은 득표율로는 44%가 넘는다. 반면 지지성향과 무관하게 모두 고르게 75%가 투표한다면, 득표율은 46%로 올라간다. 여기에 18대 대선에서 드러난 ‘50대의 힘’처럼, 지지성향 차이가 뚜렷한 세대별로 투표율 차이가 크면, 실제 득표율은 그만큼 달라진다.

조직표가 부동표보다 충성도나 투표율이 높으리라는 게 상식이다. 또 누구를 되게 하려는 뜻이 누구를 안 되게 하려는 뜻보다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리란 짐작도 잇따른다. 문 후보에 유리한 관측이지만, 부정하는 힘(Negation Power)에 대한 전통적 인식과는 동떨어졌다. 무엇보다 위에서 보듯, 지지율과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최종적으로 좌우할, 지지자나 지지세대의 투표율 등락의 개별적 사유는 짐작이 힘들다.

세대ㆍ지지성향별 투표율과 함께 문ㆍ안의 승패를 가를 확인된 잣대는 바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다. 그의 지지율 등락은 애초에 안 후보의 지지율과 역관계에 있을 것이었고, 실제로 ‘가상 대결’ 여론조사에서 여러 차례 확인됐다. 그 홍 후보가 19일 TV토론에서 문 후보에 노골적 색깔론을 들이댔다. 자신의 존재감은 과시했겠지만, 반작용도 크다.

그는 자신에 칼을 겨눈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게 “이정희 같다”고 했다. 5년 전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TV토론 장면이 절로 떠올랐다. 당시 그는 박근혜 후보를 사납게 몰아쳤지만 엉뚱하게 보수 표심을 결집시켰다는 분석을 낳았다. 홍 후보의 반문(反文) 공세도 보수 표심의 산란(散亂)과 친문 표심의 결집을 부를 만하다. “홍준표야말로 이정희 같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이유다.

주필 yshw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