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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출입 금지령'...홍준표의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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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출입 금지령'...홍준표의 도발

입력
2018.02.0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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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임 당협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MBN 취재진을 향해 “오늘 부로 당사 출입을 금하겠다”며 “나가라”고 손짓하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홍 대표의 성희롱 주장과 관련한 오보를 이유로, MBN에 출입 금지 조치를 했다. SBS화면 캡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임 당협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MBN 취재진을 향해 “오늘 부로 당사 출입을 금하겠다”며 “나가라”고 손짓하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홍 대표의 성희롱 주장과 관련한 오보를 이유로, MBN에 출입 금지 조치를 했다. SBS화면 캡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오보를 낸 특정 언론사에 ‘당사 출입 금지령’을 내렸다. 공당으로선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한국당은 그러면서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6ㆍ13 지방선거를 앞둔 ‘언론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당은 2일 당 공보실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어 이날 MBN이 보도한 뉴스를 거론하며 “악의적인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뉴스는 류여해 전 한국당 최고위원이 “홍준표 대표에게 수년간 성희롱 당해왔다”고 주장한 내용을 다뤘다. 한국당은 “1야당 대표를 떠나 한 인간에 대한 인격 살인”이라며 “파렴치하고 악랄한 가짜 뉴스를 보도하는 MBN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덧붙였다.

또 “즉시 당사의 MBN 부스를 철거하고 무기한 당 출입을 금지시키겠다”며 “한국당 취재를 불허하고 당 소속 국회의원, 당직자 그리고 당 추천 패널들의 출연도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과거에도 주요 당직자가 특정 언론의 논조를 문제 삼아 비공식적으로 의원들에게 ‘인터뷰 자제령’ 등을 내린 적은 있다. 그러나 당 대표와 공보실이 공식적으로 출입 금지ㆍ취재 거부 조치를 한 건 이례적이다. 과거 이회창 신한국당(한국당 전신) 총재도 1997년 대선 직전 언론사 출입기자들과 만찬 자리에서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쓴 기자들을 가리켜 “창자를 뽑아버리겠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하지만 출입을 금지 시키거나 취재를 거부하진 않았다.

한국당은 이번 조치를 두고 “사회정의 실현과 언론개혁 차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330만 전 당원의 MBN 시청 거부운동을 비롯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가짜뉴스와의 투쟁 수위를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홍준표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희롱 한 일도 없고 36년 공직 생활 동안 여성스캔들 한번 없는 나를 이런 식으로 음해하는 가짜 언론은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다”며 MBN 출입 금지 조치를 시사했다.

그리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홍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임 당협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MBN 취재진을 향해 “오늘 부로 당사 출입금지”라며 “그리고 부스도 빼세요”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기사나 (보도)하는 (언론)사는 취재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거듭 “MBN은 기자들 철수하라. 취재에 불응한다. 이젠 안되겠다”고 말했다.

발단은 류여해 전 최고위원의 성희롱 주장을 담은 기사 때문이다. MBN은 전날(1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의 ‘검찰 내 성폭력 사건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류 전 최고위원의 주장을 인용한 기사를 이날 오전 8시 43분 온라인에 송출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25분여 뒤 기사를 내렸다. MBN은 정정보도문도 발표해 “류 전 최고위원이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발언한 것은 사실이나 ‘수년간’ 당해왔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오전 9시 18분 기사는 삭제됐다”고 밝혔다. 또 “기사 내용을 제목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법적 실수에 따른 것으로 확인했다”며 “잠시나마 해당 기사를 읽은 독자는 물론 류 전 최고위원과 홍준표 대표에게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덧붙였다.

오보 정정 사태와 별개로 홍 대표의 출입 금지 조치가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언론의 취재권을 막는 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며 “특정 방송사가 아닌 모든 언론의 역할을 무시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원 교수는 “언론을 인정하지 않겠다면, 언론도 펜과 카메라를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 아니냐”며 “한국당의 과도한 조치에 향후 출입사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한 번 오보를 내면 당사자가 입는 피해가 크니 일단 언론사가 먼저 사과하는 게 맞다”면서도 “한국당의 출입금지 조치는 너무 과격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당 대표가 나서서 언론과 ‘전면전’을 선포하는 모양새를 두고도 비판이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의도를 가진 보도인지, 사고인지, 사후 조치는 적절했는지를 두루 살펴야 한다”며 “사고에, 그것도 당 대표가 나서서 과잉 대응을 하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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