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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비친 세상] 손가락 6개 잘린 뒤 투신한 20대… 대법 "업무상 재해"

입력
2017.05.2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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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대법원.

2009년 2월, 당시 27세 여성 김모씨는 기계에 손가락 6개가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고교 3학년 생활기록부에 “명랑, 쾌활하다”던 그녀의 삶은 한 순간의 비극으로 망가졌다. 김씨는 이 사고로 120일을 입원해 세 차례 접합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손가락은 다 회복되지 않아 장해 판정(12등급)을 받았고, 통증도 가시지 않았다.

김씨는 큰 절망에 빠져 정신적 장애마저 겪었다. 2010년 초 조울증(양극성 정신장애) 진단을 받았다. 환청과 망상, 불면증 등으로 3년 넘게 정신과를 찾았다. 그러던 김씨는 끝내 2014년 3월 거주하던 여수시 한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근로복지공단은 김씨의 극단적 선택과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친이 신청한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거부했다.

아버지는 딸의 죽음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 받겠다며 소송으로 맞섰다. 1ㆍ2심 법원은 “사고와 장해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돌려보냈다. 부계에 유전성 정신 병력이 없지만, 이혼 뒤 떠난 어머니 역시 그런 병력이 없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원심 판단이 잘못돼 사건을 다시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20대 미혼 여성이 이 사고로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다른 스트레스 요인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치료 과정에서 감내하지 못할 스트레스로 정신질환이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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