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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칭기즈칸에서 배울 것은 인사

입력
2016.07.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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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오늘부터 닷새간 여름 휴가에 들어간다. 국정 현안이 돌출해 있어, 숙제가 더 많을 휴가에서 박 대통령이 어떤 정국 구상을 할 지가 관심이다. 많은 이들은 내각 또는 청와대 인사를 예상하며 그 폭에 주목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요즘 저도 무수한 비난과 저항을 받고 있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막말과, 진경준 검사장 사건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게로 불똥이 튄 것, 그리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둘러싼 공방에 대한 서운함이 묻어나는 발언이었다. 박 대통령은 ‘흔들지 말라’는 말도 했지만, 먼저 흔들린 것은 박 대통령이 강조해온 원칙과 공직기강이다. 대통령의 신망이 서려면 법과 원칙이 엄격해야 하고, 그러면 나라도 안정된다는 것은 굳이 법가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될 일이다. 그 법과 원칙, 기강을 새로 세우는 출발이 인사일 수 있다.

인사를 한다면 이번에는 사람 쓰는 원칙부터 달라야 한다. 지난 18일 몽골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양국 비즈니스포럼에서 칭기즈칸을 언급했다. 드넓은 영토를 개척한 그처럼 세계 시장을 개척하며 경제 영토 확장에 앞장서고 있는 우리 기업인들을 ‘현대의 칭기즈칸’에 비유하며 격려했다. 로마제국 4배 넓이의 몽골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은 그리 단순한 정복자가 아니다. 사람 쓰는데 유친(唯親)이 아니라 유현(唯賢)의 원리에 따라 오직 능력 우선으로 인재를 기용했다. 친소나 문벌, 지금으로 말하면 출신지역이나 학교, 충성도는 불문에 부쳐, 대제국 건설에 목숨을 바친 장군 4걸과 4구에 그런 배경을 가진 이가 없었고, 재상은 거란인 출신이었다.

사실 흔들린다는 지금의 국정은 유친 인사의 결과일 수 있다. ‘리틀 김기춘’으로 불리는 우병우 민정수석 논란만 해도 그 원인을 추적하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사달이 난 경우다. 일주일 전에는 이명박(MB)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에 버금갈 사건까지 폭로됐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민 김성회 전 의원에게 지난 1월말 최경환 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역구 변경을 요구한 전화통화 녹취록이 공개된 것이다. 녹취록에서 이들은 하나같이 ‘대통령의 뜻’을 거론하며 공천에 개입했다.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은 공천개입을 법 위반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는 ‘개인적인 일’이란 말로 꼬리를 잘랐지만, 문제의 3인이야말로 정권 실세 중 실세 아닌가. 그 흔한 진위 공방마저 없는 이런 사건은 조사하기 쉽다는 뜻에서 ‘깨끗한 사건’으로 불린다. 그런데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녹취록 만으론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발을 빼고, 수사기관들은 인지 기능이 상실된 듯 침묵하고 있다. 아마 일주일 뒤에는 공소시효 6개월이 지났다며 사건을 덮으려 할 것이다. 경호 실패로 황교안 총리의 휴대폰과 수첩이 분실된 것에도 누구 한 사람 책임지는 이가 없다. 총리 경호를 책임진 경찰 내부에서 그 책임자가 실세라는 말이 나오는 연유다. 지난 15일 황 총리가 경북 성주에서 사드 배치 설명회 이후 버스 안에 6시간 반 동안 갇혀 있다 현장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경찰은 분실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휴대폰을 회수했다고 하지만, 어쩌면 정부의 통신보안 체계나 주요 인사들의 전화번호를 모두 바꿔야 하는 대사건이었다. 사람을 등용하는 기준은 그 시기에 따라 달라야겠지만 충성스럽다고 해서 맞지 않는 이를 기용하면 정권마저 위태롭게 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마지막 과오도 인사가 지적된다. 많은 이들이 미워하는 사람을 중용했고, 능력보다 친근하고 충성스런 사람을 요직에 앉혀, 결국 그 미움이 내분으로 치달았다는 것이다.

이태규 정치부장 tglee@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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