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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도발 수위는 높아지고... 흔들리는 ‘베를린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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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도발 수위는 높아지고... 흔들리는 ‘베를린 구상’

입력
2017.07.3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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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대북정책 향방

군사회담 제안 등 유화책 불구

북, 미 직접 대화 뜻 굽히지 않아

압박ㆍ협상 투트랙 기조는 유지할 듯

미국 전략무기인 장거리폭격기 B-1B 랜서 2대가 30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에 대응해 한반도 상공에 출동해 대북 무력시위 비행을 했다. 30일 공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태평양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를 이륙한 B-1B 2대는 제주 남방 해상을 거쳐 경기 오산 상공에 진입한 다음 서해 덕적도 상공 쪽으로 빠져나갔다. 미 태평양공군사령부 제공=연합뉴스
미국 전략무기인 장거리폭격기 B-1B 랜서 2대가 30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에 대응해 한반도 상공에 출동해 대북 무력시위 비행을 했다. 30일 공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태평양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를 이륙한 B-1B 2대는 제주 남방 해상을 거쳐 경기 오산 상공에 진입한 다음 서해 덕적도 상공 쪽으로 빠져나갔다. 미 태평양공군사령부 제공=연합뉴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전략이 큰 틀에서 시험받고 있다. 특히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베를린 구상의 변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대북 독자제재 검토를 지시하는 등 대북전략의 무게중심도 ‘압박’으로 쏠리고 있다. 큰 틀에서의 대북정책 기조 전환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등 잇단 대화 제의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북한의 태도가 변수다. 베를린 구상을 현실화할 실마리를 좀처럼 찾지 못하면서 문 대통령의 수심은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북한의 ICBM급 미사일 추가 발사를 ‘레드라인’(금지선)의 임계점까지 다다른 도발로 보고 강경 대응을 쏟아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29일 긴급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논란 가능성에도 주한미군 기지에 보관 중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를 지시했다. 독자적 대북제재 방안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NSC 마무리 발언에서 “동북아 안보 구도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사안을 상당히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대화와 압박을 병행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전체적으로 어려운 국면으로 가고 있지만, (북핵 문제의) 탈출구로서 북한과의 대화 여지는 계속 살아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달 초 이른바 신 베를린 선언을 통해 대북 화해기조를 명확히 한 데 이어 남북 군사회담 등을 제안하는 등 잇단 대북 유화 제스처에도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면서 북핵ㆍ한반도 문제의 운전대를 잡겠다는 문 대통령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 안에 있다”며 ICBM급 미사일 도발을 거듭하는 것이 북한이 “미국과 직접 담판 짓겠다”는 뜻을 노골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도 부담이다. 북한의 오래된 수법인 통미봉남(通美封南)이나 한국을 소외시키는 ‘코리아 패싱’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의 첫 단추도 꿰지 못한 상황을 타개할 마땅한 카드도 보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여러 가능성 염두에 두고 단호히 대응하면서 베를린 구상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지만 북한이 대화 요구를 뒤로하고 도발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인 탓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도발 수위에 따라 대북 강경책을 내놓는 것 외에는 달리 묘안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문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도 대화의 끈은 놓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문샤인 정책’의 급격한 변침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더라도 결국은 대화로 핵ㆍ미사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철학이 확고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북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북핵 제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고,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으로 제재와 대화가 모두 필요하다”며 “지금은 제재 수위를 최대로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대화의 문이 닫혀 있진 않다”고 강조했다. 당분간은 제재와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과정에서도 대화와 협상을 모색하는 ‘투트랙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1시 북한의 미사일 기습 발사와 관련해 긴급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1시 북한의 미사일 기습 발사와 관련해 긴급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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