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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베의 자충수

입력
2018.04.23 18: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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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더니 지금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그 신세다. 사학스캔들, 공문서 조작 사건으로 자신은 물론 내각 지지도까지 연일 급락하는 와중에 그나마 정권 버팀목이었던 미일 안보공조도 최근 북핵 정국에서 삐걱대면서 고립무원 처지에 빠졌기 때문이다. 정치불감증이 팽배한 일본에서 총리 퇴진과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까지 벌어지는 것을 보니 9월의 자민당 총재선거를 발판으로 총리 3선을 노리던 아베의 구상은 물건너간 듯하다. 헌법을 개정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기개도 온데간데 없다.

▦ 이렇게 된 건 다 자신의 업보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명까지 한 북일 평양선언을 일본인 납치문제를 이유로 용도 폐기한 장본인이 당시 관방 부장관으로 평양에 동행한 아베 총리임은 잘 알려진 바다. 그 뒤 강한 안보 이미지로 ‘전후 최연소 총리’ 자리까지 승승장구했고, 집권 후에는 ‘북한위협론’을 내세워 무소불위의 안보정국을 주도했으니, 그랬던 그가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성사로 급변한 한반도 정세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 한반도 비핵화의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앞으로가 중요한 선택의 기로인데도 아베 총리는 아직도 어정쩡하다. ‘재팬 패싱’이라는 비난 여론에 밀려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서 북핵 문제에서는 강경 일변도를 고수하고 있다. 며칠 전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통상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납치 문제와 비핵화 일괄타결을 의제로 관철시켰다. 북핵 폐기를 감시하는 구속력 있는 감시위원회를 유엔 안보리 산하에 설치한다는데도 미국과 한목소리를 냈다.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이래서야 어떻게 북일 회담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지금은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사이에 비핵화와 종전선언 논의가 무르익었던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상황과 비슷하다. 북핵 국면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단할 수 없지만, 아베 총리는 자신의 정치생명이나 일본의 안보를 위해서도 북일 문제를 스스로 매듭지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주홍글씨처럼 돼 버린 납치 문제다. 일본 여론에서는 여전히 민감한 이 문제를 북한은 이미 모두 해결됐다고 주장하니, 갈피를 잡기 어렵다. 자업자득이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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