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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정부 사업과 겹친다” 복지 줄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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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정부 사업과 겹친다” 복지 줄폐지

입력
2016.05.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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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재정 효율화 내세워

저소득 한부모가정 보조금 등

241개 사업 중 45개 폐지 수순

사회적 약자 빈곤 악화 우려

“지자체 자율성 침해” 지적도

경기도 A시는 올해부터 저소득 한부모 가정에게 지원하던 생계보조금을 끊었다. 매년 20명씩 월 10만원씩 1년 간 지원해주는 사업이었는데, 지난해 중앙정부가 해당 사업을 유사ㆍ중복 사업으로 지정하고 정비가 필요하다고 통보해 폐지한 것이다. A시 관계자는 “저소득 한부모 가정을 대상으로 여성가족부가 아동 1인당 양육비 월 10만원(12세 미만 아동 기준)을 지급하고, 경기도가 생필품비 연 10만원 등을 지원하고 있어 지원이 중복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복지 재정 효율화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지자체 유사ㆍ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의 경우 정비대상 사업 5개 중 1개가 실제 폐지 또는 단계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전국복지수호공동대책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 정부가 통보한 경기도 유사ㆍ중복 사회보장사업 241개 중 올해부터 폐지됐거나 폐지 단계를 밟고 있는 사업은 총 45개였다. 올해부터 즉시 폐지되는 사업은 21개. 향후 단계적으로 폐지될 사업은 24개다.

하지만 이 중 중앙 정부 사업의 보완적 성격의 것들이 상당수라 반발이 예상된다. 저소득층ㆍ노인ㆍ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복지가 대폭 줄어 이들의 빈곤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두 아이를 혼자서 키우고 있는 엄마 정모(31)씨는 “경력단절 여성이 새로 일을 시작해 혼자 벌면 150만~170만원 정도를 받는데, 월세 공과금 보험료 등을 내고 생계 유지를 하려면 마이너스가 되기 일쑤”라며 “중앙 정부에서 주는 지원이 부족해 지자체에서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깎겠다고 하니 야박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노인 장수수당도 대표적인 폐지 대상이다. 장수수당은 80~85세 이상 노인들에게 월 2만~3만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사회보험 사각지대의 노인에게 큰 도움이 돼 왔다. 하지만 기초연금(최고 20만원)과 중복을 이유로 정비 대상이 됐다. 경기도의 경우 9개의 지자체가 장수수당을 폐지 또는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다. 김잔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정부는 기초연금과 유사한 성격의 급여와 수당을 지급하는 지자체에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한 기초연금법 시행령을 근거로 장수수당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며 “모법에 그 근거가 없어 위법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 정부의 대대적인 정비가 지자체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 C군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지급되는 장제급여(75만원)로는 장례를 치르기가 어렵다고 판단, 2014년 기초수급자에게 별도로 30만원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해당 사업이 중앙 정부의 정비 사업이 되자 올해부터 지원을 중단했다. 안병갑 전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자율적으로 정비하도록 가이드만 줬다고 하지만 중앙정부가 인사 예산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 지자체가 거부하기는 힘들다”며 “우후죽순 생겨난 지원 제도를 정리할 필요는 있겠지만, 절감된 재원으로 다른 복지를 확대하는 정부의 후속 조치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지난해 관내 청소년문화센터가 설립돼 기존 성폭력 예방교육 사업을 폐지하는 등 적절히 폐지된 사례도 적지 않다. 김충환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조정과 과장은 “복지 축소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정비를 통해 절감한 재정이 다른 복지사업에 투자될 수 있도록 지자체에 권고하고, 우수사례를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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