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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친박 정치인들 태극기 집회 선동할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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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친박 정치인들 태극기 집회 선동할 때인가

입력
2017.02.0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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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의 규모와 외침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 박 대통령이 보수 인터넷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혐의를 '국회와 검찰 등이 억지로 엮은 거대한 거짓말의 산'이라고 부인한 이후 헌재의 신뢰성에 흠결을 내고 결정에 불복하려는 행태까지 공공연하다. 더욱 볼썽사나운 것은 크게 반성하고 자숙해도 부족할 여권의 친박 정치인들이 나서서 이런 흐름을 부추기며 탄핵정국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주 말 서울 도심서 열린 탄핵반대 집회에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꼽히는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김문수 비상대책위원이 참가했다. 이 집회에 줄곧 참석해 온 김진태 조원진 윤상현 전희경 의원 등 외에 중진급 친박인사가 가세한 것이다. 여기서 김 비대위원 등은 "단두대를 끌고 상여를 메고 다니며 대통령의 속옷까지 벗기는 일부 극악무도한 세력이 있다"며 촛불집회를 맹비난하고 "이런 세력이 집권하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분위기를 잡았다. 이들은 또 "태극기 물결은 조국의 미래를 위한 열정"이라며 탄핵 반대 및 특검 해체를 주장하고 야당 대세론을 일축했다.

보수의 파산을 초래한 탄핵정국이라고 해도 친박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인들이 자기 소신과 주장을 펴는 것을 무조건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가 리더십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국정농단 사태에 일말의 책임이라도 느낀다면, 이런 선동에 앞서 탄핵정국의 조속한 수습과 정치일정의 순탄한 추진에 협력하는 게 옳다. 10% 남짓한 탄핵반대 여론이나 아전인수식 탄핵기각 기대에 고무돼 대결과 갈등을 키우는 것은 자신들의 앞날은 물론 보수의 싹마저 자르는 망동이다. 국민 열명 중 여덟명이 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놔도 박 대통령의 정치적 수명이 다했다는 뜻이기에 하는 말이다.

누차 말하지만 지금은 친박을 포함한 보수진영이 우파정권 9년의 궤적과 공과를 냉철히 되돌아보고 어떤 가치와 철학으로 보수이념을 재건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그런데도 여권의 친박세력이 나락까지 떨어지는 뼈저린 반성과 점검은커녕 요행만 바라며 눈앞의 잿밥에 욕심을 내는 것은 개탄할 일이다. 나라 안보와 국민 삶이 위협받는 때인 만큼 국가리더십 공백을 줄이는 데 국민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정치생명 보존 및 연장에 급급해 탄핵국면의 물길을 되돌리거나 질서 있는 대선일정 관리를 방해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될 수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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