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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더 편한 도서관을 찾아서

입력
2016.09.3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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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아주 특별한 공간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이유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책 대여, 연구, 공부나 일하는 자리를 제공해주던 도서관에 대한 추억이 많은데, 도서관이라는 단어에서 특정한 단 하나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는 않는다. 도서관마다 특유의 분위기와 느낌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과 미국 두 나라 도서관을 비교하면 더 많은 차이점을 찾을 수 있다.

내 생애에서 도서관하고 가장 친했던 시절은 아마도 미국 미네소타주 칼턴 칼리지에 재학하던 4년의 시절이다. 대학 도서관에는 물론 책도 많이 있었지만 동시에 학생들이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가 많이 구비돼 있었다. 공부할 수 있는 책상과 긴 테이블이 있었고, 건물 안에 편안한 소파도 아주 많이 마련돼 있었다. 잠시 쉬거나 조용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학생들은 주로 도서관에 갔다. 심지어 낮잠을 자러 가는 학생들도 많이 있었는데 왜냐하면 기숙사보다 더 조용하고 편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도 도서관을 공부하는데 이용하지 않는 학생들을 책망하기 보다는 오히려 격려를 해주었다. 이런 이유에서 나에게 도서관이 대학 캠퍼스 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되었다. 기분에 따라 공부도 하고 쉴 수도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또 다른 도서관도 있다. 인디애나주 블루밍턴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 그 도서관은 칼턴 칼리지만큼 편안하지는 않았지만, 공부하거나 비디오 보러 자주 가는 곳이었다. 그 다음 고층빌딩처럼 생긴 매사추세츠 대학교 도서관 안의 자유롭게 찾아볼 수 있는 책으로 가득 찬 높은 책장을 좋아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책이 많이 있는 장소에 들어가면 왠지 몸이 편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그런 기분을 즐기기 위해 책을 빌릴 때뿐 아니라 각종 행사에 참석하러 공공도서관에 자주 갔다.

1990년대 말 서울로 거처를 옮긴 뒤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어떤 도서관이 있는지 찾아가 보았다. 그런데 한국 대학 도서관은 미국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책도 많고 전반적으로 편리했지만 아무 이유 없이 도서관에 가거나 구경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꽤 많고, 책상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았다.

대학도서관보다 공공도서관이 더 마음에 들었다. 한국영화에 대한 책을 쓰는 동안 서울 서초구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에 여러 번 갔었다. 아주 크고 탐험할 수 있는 구석도 많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미국도서관에서 내가 좋아했던 분위기는 카페에서 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도서관에 가는 습관이 없어지고 일은 주로 카페에서 했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게 된다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지만, 가끔 과거 미국에서 즐겨 찾던 추억의 도서관이 그리울 때가 있다.

다행히 최근 들어 한국에도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서울이나 파주 같은 곳에 아담하고 분위기 있는 도서관이 많이 생기고 있다. 디자인도 흥미롭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특별한 테마를 가지고 있거나 외관이 독특한 도서관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중 내 기억에 남는 도서관은 종로구 삼청공원 안에 있는 작고 아늑한 ‘숲속도서관’이다. 이제 자녀가 있는 나이다 보니, 자녀에게도 도서관에 대한 좋은 추억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이 새로운 트렌드를 환영하면서, 더 많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도서관이 현대인의 바쁜 도시 생활 속에 보다 더 안락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나치게 열심히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을 보면서, 내가 학생 때 즐겨 찾던 도서관만큼 다정하고 편한 도서관이 그들 주변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바쁜 어른들도 도서관을 찾아 책도 즐겁게 보고, 낮잠도 잘 수 있는 넓고 쾌적한 공간을 즐겼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달시 파켓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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