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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홍준표와 '괴벨스'

입력
2017.12.22 16:5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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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나치정권에서 선전장관 등을 지낸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 1897~1945)는 대중을 선동해 최면상태로 몰고 간 20세기 최고의 정치연출가로 꼽힌다. 마지막까지 히틀러와 함께한 심복으로 불행한 최후를 맞지만, 여론조작에 관한 그의 명언은 오늘날에도 종종 회자된다. "선동은 한 문장으로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한번 말한 거짓말은 부정하지만 두번 말하면 의심하게 되고 세번 말하면 믿게 된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지성보다 감정과 본능에 호소하라" 등이 대표적이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괴벨스가 지배하는 허위선전장이 이 나라에 판치게 할 수 없다"며 "당의 SNS 역량을 강화해 왜곡된 언론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은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여론조사기관은 친정부 여론조작기관으로 전락했으며 포털사이트마저 저들의 지배하에 있는 만큼 우리가 믿을 곳은 SNS밖에 없다"고도 했다. 당이 주관한 'SNS 커뮤니티 대표단 워크숍'에서 한 말이라고 해도 공당 대표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무차별로 언론과 여론조사를 매도하며 적대감을 드러내니 말 그대로 어안이 벙벙하다.

▦ 홍 대표는 바른정당 탈당파가 한국당에 입당한 지난달 초 "오늘 여의도연구소 정례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예상외로 폭등했다"며 "이 추세라면 지방선거 때의 목표(25%)를 상향조정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당 싱크탱크의 자화자찬식 조사결과가 무척 구미에 맞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는 수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조작이나 편향 우려가 큰 조사방법과 표본도 공개하지 않았다. '내가 하면 맞고 네가 하면 틀리다'는 독선적 발상이 아니면 하기 힘든 말이다. 한국당 지지율은 예나 지금이나 10%대다.

▦ 홍 대표가 어제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해방됐다. 대법원 이 "성씨에게서 1억원을 받을 동기가 뚜렷하지 않고 금품전달자의 허위진술 가능성이 크다"는 2심 판결대로 무죄를 선고해서다. 그는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자 "노상강도를 당한 기분"이라고 법원을 비난하며 무죄를 장담했는데, 그 주장이 맞았으니 그의 좌충우돌 행보는 더욱 힘을 받게 됐다. 괴벨스는 "나에게 한 문장만 주면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며 왜곡과 조작을 즐겼다. 홍 대표가 무죄판결을 계기로 큰 품을 가지면 좋겠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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