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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 “몸 속 미생물을 이용해 아토피ㆍ비만 신약 개발”

입력
2017.11.12 17: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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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이오랩 고광표 대표

감염성 질환은 점차 감소하고

비만 등 대사 질환 계속 늘어

체내 미생물 중요성 높아져

2000명 쌍둥이 대상 연구로

마이크로비옴 연관 자료 축적

5종 신약ㆍ건강 기능식품 개발

고광표 고바이오랩 대표가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이끌 마이크로비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고광표 고바이오랩 대표가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이끌 마이크로비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사람의 몸 속엔 100조 개 가까운 미생물이 살고 있다. 사람의 몸을 이룬 세포 수의 10배가 넘고 유전자 수는 100배 넘게 존재하는 게 인체 내의 미생물이다. 우리 몸에 터를 잡은 이 미생물들이 단지 기생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지 않을까. 그 ‘존재의 이유’를 찾기 시작한 게 2008년 미국 국립보건원이 수립한 ‘휴먼마이크로비옴 프로젝트’다.

고바이오랩은 ‘차세대 게놈’으로 불리는 체내 미생물 군총, 마이크로비옴으로 신약 개발을 하고 있는 바이오벤처 기업이다.

고광표 고바이오랩 대표는 “인간의 제한된 유전자 정보 만으론 우리 몸의 대사, 면역, 사고, 감정 등 고등 생명의 현상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진화 과정에서 인간과 미생물 사이에 공생 체계가 갖춰졌고 서로를 이용해왔기에 그 관계까지 규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의 몸이 면역세포를 발달시키기 위해선 미생물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섭취한 음식을 분해할 때 미생물의 뛰어난 대사기능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고 대표는 “사람의 건강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결국 사람의 몸에 사는 미생물을 이해해야 하고, 그것을 산업적으로 응용하면 주요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출범된 게 휴먼마이크로비옴 프로젝트이고 이를 통해 2000년대 말 전세계적으로 마이크로비옴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유전자를 조작해 치료에 쓰려고 하면 윤리적인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하지만 마이크로비옴은 그 윤리적 문제로부터 자유롭기에 신약 개발에 훨씬 용이하다.

고 대표는 “20세기 들어 인간은 감염성 질환은 감소하고, 비만 당뇨 등 대사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몸 속 미생물 군총의 전반적인 변화가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등에선 항생제 과다 사용으로 체내 미생물이 함께 사라지며 만성 염증성 질환인 크론병을 막지 못해 2만명 이상이 사망하기도 했다. 크론병이 아니더라도 감기약이나 항생제를 먹고 설사하는 것도 다 장내 미생물의 변화 때문이다.

체내 미생물은 장내 질환뿐 아니라 비만이나 당뇨와 같은 대사성 질환부터 아토피, 천식 같은 면역질환은 물론 정신질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러한 바이오산업 신성장 동력의 가능성을 보고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임기 마지막 프로젝트로 ‘국가 마이크로비옴 이니셔티브’를 발표했고, 2년간 1억2,100만달러(약 1,36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고바이오랩은 2104년 서울대 마이크로비옴센터를 모태로 탄생했다. 서울대 기술지주회사가 공동 투자하고, 서울대 생명공학공동연구원이 지원했다. 고 대표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직을 겸임하고 있는 마이크로비옴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미국 보스턴 브로드 연구소에서 함께 일했던 공동연구자들 몇 명이 학교를 떠나 바이오벤처를 만들었고, 일부는 나스닥에도 상장시키는 것을 보고 우리도 ‘스핀오프’가 가능하겠다 싶었다”며 “마침 학교에서 산업화를 적극 제안해와 고민 끝에 창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바이오랩은 2,000명 쌍둥이 대상 연구를 통해 마이크로비옴의 종류와 기능, 질병과의 연관관계 등에 대한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쌍둥이를 대상으로 조사를 하는 이유는 유전자와 생활환경이 같아 또 다른 변수로 ‘제2의 유전체’로 불리는 마이크로비옴의 역할을 규명하기 좋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쌍둥이 분석을 통해 미생물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는 지표인 ‘바이오 마커’를 많이 찾았고, 미생물 균주 라이브러리를 5,000종 이상 만들었다”며 “동물실험 등을 통해 실제 효과가 입증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임상을 거쳐 신약을 개발할 것이다”고 말했다.

고바이오랩은 현재 아토피, 정신질환, 비만 등과 관련된 5종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의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체내 미생물 대부분이 장에 머물고 있지만 그 미생물들이 장과 관련된 활동만 하는 건 아니다. 장은 척수의 신경세포 보다 더 많은 신경세포를 가진 민감한 조직으로 뇌를 포함해 다른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면역세포 80%가 장에서 단련돼 몸으로 퍼져 나간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동물실험 등 전임상 단계에서 의미 있는 결과들이 있어 내년에는 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외국에서도 마이크로비옴을 이용한 신약이 임상 2상, 3상까지 간 것은 있지만 아직 최종 허가된 건 없다.

고바이오랩은 신약 개발과 함께 유산균을 활용해 프로바이오틱스 같은 건강기능식품 개발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내년엔 시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아직 신약도 제품도 나오지 못했으니 매출은 없다. 하지만 고바이오랩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하겠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지난해엔 종근당과 연구개발과 관련해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올해 8월엔 벤처 펀드 3곳으로부터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고바이오랩의 현재 직원은 17명. 2020년 기업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성원 선임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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