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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 정치인 부패 폭로한 기자, 테러추정 차량폭발로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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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 정치인 부패 폭로한 기자, 테러추정 차량폭발로 숨져

입력
2017.10.17 17:02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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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언론인 다프네 카루아나

지난 봄 총리 이권개입 보도

시민들 “야만적 공격” 추모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몰타인디펜던트 AP 뉴시스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몰타인디펜던트 AP 뉴시스

전 세계 지도자들의 해외 탈세 현황을 폭로한 ‘파나마 페이퍼스’를 몰타 내 부패 사건과 연결해 폭로한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가 테러로 추정되는 폭탄 공격에 숨졌다. 향년 53세. 몰타 경찰은 카루아나 갈리치아가 16일 오후 3시쯤(현지시간) 몰타 섬 북부에서 자신의 차량에 탑승한 후 강력한 폭발물로 인해 차량이 파괴되면서 숨졌다고 밝혔다. 명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신은 그가 몰타 정치권과 지하 범죄집단을 향해 성역 없는 공격적 보도를 이어 왔기에 테러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카루아나 갈리치아는 인구 42만명 남짓인 몰타에 만연한 부패와 불투명성을 주저 없이 비판하는 칼럼니스트 겸 블로거로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유럽은 그를 “블로그하는 분노” “1인 위키리크스”라고 칭했다. 지난 4월에는 몰타 정권을 뒤흔든 보도까지 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협회(ICIJ)가 공유한 ‘파나마 페이퍼스’ 문서를 조사해 조셉 무스카트 몰타 총리와 그의 측근 2명이 관련된 역외기업이 아제르바이잔 정부의 몰타 여권 판매 사업에 관여했음을 밝힌 것이다. 이 때문에 무스카트 총리는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려 6월 조기 선거를 치렀지만 아슬아슬하게 다수당 지위를 유지했다.

무스카트 총리는 해외 수사기관과 협력해 사건의 전모를 밝히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카루아나 갈리치아가 정치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나를 격렬하게 비판해 온 인물이지만, 이런 야만적인 공격을 누구든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역시 카루아나 갈리치아의 비판 표적 중 하나였던 야당인 국민당의 지도자 아드리안 델리아도 성명에서 사건을 “정치적 살인”으로 규정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카루아나 갈리치아를 “몰타 탐사보도의 선구자”로 칭하며 살인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당일 저녁에는 친구와 정치권 인사를 비롯한 3,000여명이 그의 고향 슬리마에 모여 촛불을 들고 죽음을 추모했다. 유족으로 남편과 세 아들이 있으며 장남 매슈 카루아나 갈리치아는 ICIJ 소속 기자 겸 프로그래머다. 매슈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 모친은 법치와 이를 훼손하려는 자들의 사이에 서려다 암살당했다”며 몰타 정치권과 경찰의 무능력을 규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탐사보도 전문 기자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가 16일 자신의 차를 이동 중 차량 폭발로 사망한 가운데 경찰들이 차량 잔해를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탐사보도 전문 기자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가 16일 자신의 차를 이동 중 차량 폭발로 사망한 가운데 경찰들이 차량 잔해를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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