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기고] 의인(義人)을 추앙하자

입력
2017.05.01 15:31
0 0

최근 인천지방법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제자들의 대피를 돕다가 숨진 교사를 ‘순직 공무원’이 아닌 ‘순직 군경’으로 예우하라고 판결했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순직 군경은 현충원 안장, 유족보상금 등에서 순직 공무원보다 두터운 예우를 받는다. 숨진 교사의 아내가 인천보훈지청장을 상대로 순직 군경 등록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필자는 위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왜 국가는 처음부터 숨진 교사를 순직 군경으로 인정해주지 않은 것인가? 자신의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구한 의인을 이렇게 대해도 되는 것인가?

숨진 교사는 세월호 침몰 당시 4층 선실에 있다가 바닷물이 들어오자 학생들을 출입구로 대피시키고 갑판 난간에 매달린 제자 10여 명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줬다. 그 뒤 선실 안으로 들어가 남은 학생들을 구조하려다 미처 빠져 나오지 못했다. 그가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학생들을 구하러 갔을 때 눈 앞에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이 어른거렸을 것이다. 그런데도 어린 학생들을 구조하려다 목숨을 잃은 그를 정부는 순직 군경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숨진 교사의 행위는 너무나 숭고해서 의인으로 추앙하고 동상과 기념관을 세워도 부족하다. 정부가 인천지방법원 판결에 불복, 항소해서는 안 될 이유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당시 무책임한 자들을 비난했다. 학생들이 죽거나 말거나 자신부터 도망친 선장, 현장지휘관임에도 불구하고 겁이 나서 제대로 구조를 하지 않은 해경 123정 정장, 세월호가 침몰하는 일곱 시간 동안 무엇을 하였는지 알 수 없는 대통령,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수사를 방해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의 처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세월호 의인을 기리고, 예우를 다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2001년 일본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이수현 의인을 기억하며 매년 추모식을 열고 있다. 이와 달리 세월호 의인들에 대해서는 너무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그들의 숭고함을 기리는 정신이 퇴색한 것은 아닌지 되새겨봐야 한다.

최근 박성중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의사상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구조행위 과정에서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고 해당 구조행위가 공공의 안전이나 공익증진에 기여한 경우에는 의사상자 지정 전에 의료급여를 우선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의사상자에 대한 보상과 지원이 사후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실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반갑다. 이처럼 의인들을 사회적으로 지원하는 법제도의 개선이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현행 법제하에서도 의인을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적극적 해석이 필요하다. 강도를 체포하려다가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의인을 의사자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있는데, 이처럼 의인을 넓고 따뜻하게 보호하는 판결이 잇따르기를 기대해 본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