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는 역시 인간이 따라갈 수 없었다. 600자 한글 지문을 영어로 해석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1분 정도에 불과했다. 인간 번역사는 50분이나 소요됐다. 하지만 정확도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결과는 천지차이였다. 소설 등장인물인 ‘옥’을 보석 종류 옥을 뜻하는 ‘jade’로 번역하는 등 빈틈을 여실히 드러냈다. 인공지능은 빠르지만, 여전히 불완전했다.
21일 세종대에서 열린 ‘인간 vs 인공지능(AI) 번역대결’에서 인간 번역자가 인공지능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완승을 거뒀다. 대결에는 인간 번역사 네 명과 3종(구글ㆍ네이버 파파고ㆍ시스트란)의 인공지능 번역기가 출전했다. 번역 지문으로는 문학(영어ㆍ한국어)과 비문학(영어ㆍ한국어) 총 네 문제가 출제됐으며 한국어 비문학은 한국일보 2월 16일자에 실린 칼럼인 소설가 김서령씨의 ‘셀프 빨래방’, 한국어 문학은 소설가 강경애씨의 ‘어머니와 딸’이 나왔다. 영어 비문학은 폭스 뉴스의 2월 10일자 레고 브랜드 관련 경제 기사, 영어 문학은 토마스 프리드먼의 ‘늦어서 고마워(Thank You For Being Late)’였다.
번역사에게는 인공지능보다 1시간 먼저 문제를 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한 지문당 대략 50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반면 인공지능은 번역 소프트웨어(SW)에 지문을 입력하자, 1분도 되지 않아 결과가 나왔다. 지문 입력 시간까지 해서 네 개 지문을 번역 완료하는데 10분이 채 안 걸렸다.
주최 측인 국제통번역협회는 인간의 압승으로 결론냈다. 심사는 3개 항목(정확성ㆍ언어표현력ㆍ논리 및 조직력) 기준에 따라 항목당 10점씩 총 30점 만점으로 진행됐다. 속도는 평가 항목에 들어가지 않았다. 심사 결과 인간 번역사들은 평균 25점 내외를 기록한 반면 인공지능 번역은 평균 11점(A사 15점ㆍB사 10점ㆍC사 8점)에 머물렀다. 특히 인공지능은 문학에서 90% 이상 문장이 어법에 맞지 않거나 맥락을 파악하지 않고 단순 번역을 했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김대균 세종사이버대 영어과 교수는 “번역 속도가 평가항목에 들어갔다면 번역기가 굉장히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라며 “인간의 정확도와 인공지능의 속도가 서로 보완하면 완벽한 번역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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