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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J노믹스 성공 열쇠는 일관성

입력
2017.06.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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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15일 대선 후보시절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기자실에서 인재영입 발표 기자회견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호기 연세대 교수, 문 전 대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15일 대선 후보시절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기자실에서 인재영입 발표 기자회견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호기 연세대 교수, 문 전 대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J노믹스’라 불리는 새 정부 경제정책의 골자는 한마디로 ‘소득주도 성장’이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중산층 서민 소득을 늘려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기업의 투자의욕을 높여 경제성장을 유도하려 했고, 박근혜 정부는 아버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본뜬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만들어 정부 주도 경제성장을 시도했다. 이 점에서 ‘J노믹스’는 그 근간부터 이전 정부와 다른 경제성장 정책이다.

J노믹스가 과연 갈수록 약화하는 우리 경제의 활력과 체질을 개선하고 경제의 재도약을 이끌 수 있을 것인가 현 단계에서 판단하기는 성급하다. 다만 과거 정부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실패 확률을 줄이는 원칙은 추려 낼 수 있다.

노동계와 진보진영의 압도적 지지 속에 탄생한 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 법인세 인하, 후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 당시 전 세계를 휩쓸던 ‘신자유주의 정책’을 잇달아 도입했다. 이에 보수 진보 양 진영 모두로부터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결국 지지율 하락 속에서 정책 추진력을 잃고 말았다. 반면 친시장적 친기업적 공약을 앞세우며 등장한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내 대형 토목사업 등 정부 주도 성장에 매달려 기업인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또 ‘이명박 물가지수’ 알뜰주유소 같은 반(反)시장 정책을 내놓아 이번엔 ‘우측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도 우왕좌왕이었다. 정권 초 이명박 정부에서 급증한 정부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작은 정부’를 주장하며, 추경 거부 감세 등을 추진하다, 1년여 만에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한 성장으로 급선회했다.

결국 경제정책의 성패와 옳고 그름은 정책 자체의 적실성 정교함과 함께 그 정책에 적응하고 그 정책을 활용하려는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일관성이 중요하다.

이제 막 윤곽을 드러낸 J노믹스 역시 과거 정권처럼 첫발 떼기부터 수많은 장애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여소야대 구도 속에 공정거래위원장이 후보자 꼬리표를 뗄지 불투명하고, 공공일자리 확대를 위한 추경예산에 대한 야당의 반대도 거세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복지 등의 분야에 과도하게 공공 일자리를 늘리면 민간 일자리 확대를 위축시켜 오히려 총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일자리 정책을 보다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J노믹스가 성공하려면 이런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하되, 원칙은 확고히 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와 관련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난해 가을 인터뷰했던 기억을 끄집어내려 한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경제공약 개발을 주도했던 보수진영 원로 경제학자가 진보진영 경제학자들과 수년째 정기적으로 만나 당면한 경제 현안에 대해 공동해법을 모색하고 있어 흥미를 느꼈다. 김 부의장(당시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에게 사사건건 충돌하는 보수와 진보학자들이 토론을 통해 합의하는 게 가능하냐고 물었다. 김 부의장의 답변은 이랬다.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는 서로 지향하는 가치에 차이가 있지만 현안에 대한 진단은 같을 수 있다. 그리고 보수든 진보든 국가발전과 국민 후생 증대라는 지향점은 같다.” 김 부의장과 토론했던 진보성향 학자가 바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으로 이들은 모두 현 정부 경제 정책을 진두지휘 하는 위치에 섰다.

J노믹스가 돌발 상황 속에 급하게 출범한 정권이 내놓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결코 준비가 미흡한 정책은 아니라는 믿음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J노믹스 집행 과정에서도 이념의 차이를 넘어 쌓아온 신뢰와 열린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수많은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정영오 산업부장 young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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