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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출시 한돌 ISA… 해지자 속출에 ‘제2 재형저축’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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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출시 한돌 ISA… 해지자 속출에 ‘제2 재형저축’ 되나

입력
2017.02.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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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가입자 <해지자… 꾸준히 늘던 은행권 가입자마저 ‘순감’ 전환 < strong>

당국 “세제혜택 늘리겠다” 불구, “저수익에 장기투자 조건에선 존립 힘들 것” 비관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작년 4월 은행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한 직장인 정모(32)씨는 고민 끝에 지난달 계좌를 해지했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비과세 혜택에다, 은행이 알아서 굴려준다는 직원의 추천에 기대감이 컸지만 정작 가입 후 수익률은 한 번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씨는 “(계좌에 넣을 수 있는)다른 상품이라도 수익률이 괜찮으면 갈아타기라도 하겠는데 죄다 수익이 변변치 않아 5년간 목돈을 묶어둘 바야 해지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재테크 만능통장’으로 기대를 모으며 출시됐던 ISA가 다음달로 출시 1년을 맞는다. 하지만 ‘개인자산을 종합관리하는 계좌’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저조한 수익률로 갈수록 중도해지자가 늘어가고 있다. 급기야 금융당국이 세제 혜택을 늘리는 식의 추가 유인 카드를 준비하고 나섰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이란 근본 한계가 해결되지 않는 한 ISA의 부활은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자칫 반짝 인기몰이 후 시장에서 외면 당한 ‘제2의 재형저축’ 신세가 될 거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2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ISA는 작년말 현재 239만명의 가입자(누적 가입금액 3조4,116억원)를 끌어 모았다. 외형은 화려해 보이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ISA의 월별 순가입자(신규 가입자-해지자) 현황을 보면 상품 출시 첫 달인 작년 3월엔 120만명이나 됐던 순가입자가 작년 9월 5,886명으로 급감하더니 결국 10월(-2,561명)과 12월(-1만5,075명)엔 도리어 뒷걸음치고 말았다. 최근엔 계좌를 해지하는 사람이 새로 가입하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특히 진작부터 가입자 순감 양상을 보였던 증권사(작년 7월 이후)와 보험사(작년 8월 이후)에 이어 그간 꾸준히 가입자를 늘렸던 은행에서마저도 12월엔 해지자가 가입자를 앞질렀다.

금융위가 “국민의 재산 증식을 돕겠다”며 내놓은 ISA는 의무 가입기간 3~5년을 채우지 않으면 투자 효과가 확 줄어든다. 최소 가입기간을 유지해야 세제 혜택(순수익 200만원까지 비과세ㆍ200만원 초과는 9.9% 과세)을 받을 수 있는데, 중도 해지하면 일반 금융상품처럼 이자 소득에 15.4%의 세금을 물려 투자자로선 비용만 날리는 꼴이다.

그런데도 최근 중도 해지자가 속출하는 건 ISA의 수익률이 당초 기대치에 한참 못 미쳐서다. 고객이 맡긴 돈을 금융사가 알아서 굴려주는 ‘일임형’ 상품의 경우, 작년 말 기준 전체 201개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연 1.46%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한 해 전체 펀드 평균 수익률(2.82%)에도 못 미친다. 은행권의 성적표는 더 초라해 상품 10개 중 4개(38%)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이처럼 수익률 자체가 낮다 보니 정부가 지난해 7월 ‘계좌 갈아타기’까지 허용했지만 실제 수익률을 보고 계좌를 옮기는 고객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금융위는 현재 ISA의 세제혜택을 더 늘리고 중도인출도 부분 허용하는 식의 추가 유인책을 마련 중이다. 하지만 세제혜택엔 기획재정부 등 세제당국이 난색을 표하고 있어 실제 시행여부도 미지수인데다, 설사 시행된다 해도 소비자가 얼마나 반응할 지도 불투명하다. 지금으로선 ISA의 기본 수익률이 저조하고 가입기간이 지나치게 긴 점이 근본적인 한계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한 ‘관제 상품’의 한계로 보인다”며 “이대로라면 반짝 인기에 그쳤던 재형저축의 판박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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