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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인생과 시간

입력
2017.10.20 13:2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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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시간과 돈과 에너지다. 어릴 때는 시간과 에너지는 많지만 돈이 없고, 젊어서는 돈과 에너지는 있는데 시간이 없고, 늙으면 시간과 돈은 있지만 에너지가 없는 게 우리의 인생이다. 돈은 열심히 일해서 벌면 되고, 에너지는 건강관리로 더 얻을 수도 있지만 시간만큼은 우리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인생에서 시간은 뭘까.

자본주의를 말뜻으로 풀어보면 돈이 기본인 사회다. 하지만 돈이 아무리 많아도 시간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아가며, 시공간은 우주를 구성하는 두 축이다. 밥 먹고 일하고 잠자고 놀고 무엇을 하든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결정된다. 인생은 시간으로 구성된다.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각자 자유지만 결과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9988’ 이란 말이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산다는 의미다. 99세까지의 삶을 계산해보면 대략 87만 시간쯤 된다. 별 사고 없이 산다면 누구나 87만 시간을 누리며 살 수 있단 이야기다.

올해 추석연휴는 단군 이래 최고로 길었다고 한다. 국외 여행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었던 열흘간의 휴일도 시간으로 환산하면 240시간에 불과하다. 그에 비하면 우리 인생에 주어진 87만 시간은 엄청나게 길다. 한 분야 전문가가 되려면 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만 시간 법칙’에 비춰본다면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일생 동안 적어도 몇 가지 분야에서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주어지는 시간은 똑같지만 사람마다 하루 24시간, 그리고 인생에 주어진 긴 시간을 다르게 사용한다. 평생 동안 우리는 몇 시간 잠자고 몇 시간 일하며 몇 시간 공부할까. 웹을 검색하다 재미있는 그림 하나를 발견했다. 사람이 평생 사용하는 시간을 대략 계산해 보여주는 그림이다. 이 그림에 의하면 사람이 평생 일하는 시간은 23년, 잠자는 시간은 20년, 식사 시간 7년, 길에서 보내는 시간 5년, 옷 입고 꾸미는 시간 5년, 화내는 시간 5년, 전화통화 1년, 잡담 70일, 웃는 시간은 겨우 89일 등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평생 일하는 시간이 과연 20년 이상 될까. 사회가 발전하면 노동시간은 줄어든다. 인공지능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체하면 미래 노동시간은 더 짧아질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7 고용동향’ 자료에 의하면 한국은 연평균노동시간이 2,069시간으로 OECD 국가 중 2위다. 35개국 평균 1,764시간에 비하면 한국인은 연간 300시간 이상 더 일한다. 25세부터 60세까지 일한다고 가정할 때 노동시간은 8만 시간이 채 못 된다. 잠자는 시간은 인생의 3분의 1에서 4분의 1 정도지만 일하는 시간은 고작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구소련 과학자 류비세프라는 사람은 26세부터 82세 사망 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고 매일 하루 시간을 기록했다고 한다. 곤충분류학 공부 2시간, 논문작성 1시간, 편지쓰기 3시간, 신문읽기 1시간 등 간략하게 시간을 기록했고 월별, 연간 시간통계도 냈다. 이렇게 시간을 관리하며 살았던 그는 일생 동안 학술서 70권, 논문 1만 2500장을 남길 수 있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시간을 어떻게 보내며 사는지 살펴보면 좋겠다.

단 일주일만이라도 시간통계를 내보면 자기 삶을 조금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로마제국 시대 철학자 세네카는 말했다. “인생 자체가 짧다는 생각은 틀렸다. 인생은 우리가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짧아지기도 하고 길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인생을 유용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인생을 유용하게 쓰면서 살고 있는가.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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