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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근혜 ‘초이노믹스? 근혜노믹스로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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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근혜 ‘초이노믹스? 근혜노믹스로 바꿔라”

입력
2017.04.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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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국감서 “근혜노믹스가 맞다”

박근혜(65ㆍ구속) 전 대통령이 2014년 7월 최경환(62) 의원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만들어진 신조어 ‘초이(Choi)노믹스’에 대해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낸 사실이 확인됐다. 대통령인 자신이 아니라 최 의원의 경제정책이 부각되는 분위기를 참지 못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8월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영빈관에 들어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8월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영빈관에 들어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6일 한국일보가 단독 입수한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39권 가운데 2014년 9월 9일자 메모에는 이러한 박 전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단순하지만 너무나 명시적으로 담겨 있다. 대통령 말씀을 뜻하는 ‘VIP’가 상단에 적힌 해당 페이지는 “<총수 면담 Agenda(어젠다)> / 1) 창조경제센타 추진 계획 / 2) 성장동력 투자활성화, 일자리 애로사항 건의 / 3) 순방시 협조 건의 내용” 등과 함께, “Choinomics → 근혜노믹스 or(또는) 창조노믹스”가 적혀 있다. 주요 대기업 오너들과의 간담회를 앞두고 있던 박 전 대통령이 논의 주제들을 안 전 수석과 정리해 보는 대화를 나눈 뒤, “초이노믹스 대신 근혜노믹스나 창조노믹스라는 용어가 쓰이도록 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 당시 언론에서는 2개월 전 경제부총리에 오른 최 의원의 성(姓)을 딴 ‘초이노믹스’ 관련 보도가 줄을 잇고 있었다. 최 의원은 취임 이후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핵심 규제 철폐,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 등의 정책을 앞세워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자신의 색깔을 뚜렷이 했다. 박근혜정부의 핵심 실세로 꼽혔던 그의 자리는 더욱 확고해진 것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과거 정부의 ‘DJ노믹스’나 ‘MB노믹스’처럼 대통령이 아니라, 정책 실무자인 장관 이름이 붙은 경제정책 명칭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게다가 기재부 보도자료에까지 ‘초이노믹스’는 버젓이 등장했다.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2007년 만들었고, 2013년 2월 대통령 취임 때부터 줄곧 홍보해 왔던 ‘근혜노믹스’라는 용어가 한 순간에 묻혀 버린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에 불쾌함을 표시하고 ‘용어 변경’ 지시를 내렸을 공산이 크다. 그리고 이러한 대통령의 ‘뜻’은 최 의원에게도 전달됐던 것으로 보인다. 1개월 후 최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초이노믹스의 실체를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언론에서 이름을 붙인 것이고 초이노믹스는 없다”면서 “근혜노믹스가 맞다”고 답했다. ‘실세 부총리’가 대통령의 불쾌함을 접하고 몸을 한껏 낮추는 순간이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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