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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ㆍ담] 대북송금사건과 햇볕정책 평가

입력
2018.05.03 20:0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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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나란히 앉아 얘기 중인 박지원(왼쪽)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 6•15정상회담 두 달쯤 뒤인 2000년 8월 주요 언론사 사장단과 함께 방북 했을 때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나란히 앉아 얘기 중인 박지원(왼쪽)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 6•15정상회담 두 달쯤 뒤인 2000년 8월 주요 언론사 사장단과 함께 방북 했을 때다.

6·15 남북정상회담은 5억 달러 대북 송금 논란과 노벨평화상 로비 논란으로 적잖이 얼룩이 졌다. 지금도 정상회담 대가로 많은 돈을 지불했고, 그 돈과 햇볕정책이 핵과 미사일로 돌아왔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_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DJ가 6ㆍ15정상회담은 노벨평화상을 타기 위한 것이었고, 북한에 너무 많이 퍼 주었다고 얘기한다. 로비 논란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노벨 평화상을 주면 노벨 평화상이겠나. 상을 줄 때 업적을 평가하고 개인의 모든 것을 보아서 주는 거다. 험담에 일일이 대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도 나쁘게 생각한다. 군나르 베르게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노벨 평화상 로비를 많이 받아 봤지만 대한민국처럼 주지 말라고 로비를 하는 건 처음이다. 한국은 이상한 나라다”라고 말했다.

_대북송금사건의 실체는 무엇인가.

“현대가 5억 달러에 북한과 7개 사업을 독점 계약했다. 엊그제 언론보도를 보니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현대아산에서 7개 사업을 (독점권이 있는 만큼) 주도하겠다고 주장하더라.

_당초 북한이 30억 달러를 요구했지만 깎고 깎아 5억 달러로 협상한 걸로 알고 있는데.

“당시 비슷한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 난다. 북측과 상하이 접촉 때 돈 얘기가 있었는데(박 의원은 당시 북한의 송호경과 비밀채널을 유지하고 싱가포르, 상하이, 베이징 등에서 접촉했다.) 우리는 안 된다고 잘랐다. 베이징에 와서는 5억 달러를 말하길래 한 푼도 안 된다고 버텼다. 그러고 돌아왔는데 현대아산이 접촉을 해 7개 사업 독점 계약을 하고 그 돈을 송금하는데, 5,000만 달러는 정주영 체육관 자재 값으로 선불을 했고, 4억5,000만 달러는 산업은행 등에서 대출도 받고 해서 국정원 계좌를 통해 마카오로 보냈다. 이 과정이 불법이었다. 그래서 문제가 된 거다. 외환관리법 위반이 되었는데 나는 그걸 몰랐고 그와 관련이 없었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환송만찬에 참석한 박 의원(사진 뒷줄 맨 오른쪽).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환송만찬에 참석한 박 의원(사진 뒷줄 맨 오른쪽).

6ㆍ15정상회담 추진 과정은 DJ보다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이니셔티브가 아닌가 여길 만한 대목이 있다. 해외건설 불황으로 돌파구가 필요했던 정 명예회장이 재일교포를 통해 북측과 먼저 접촉, 구도를 잡은 뒤 DJ를 끌어들인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박 의원은 현대 측의 주도적 역할은 인정했다. 요시다라는 재일교포의 역할을 알고 있었고 만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상회담 성사가 가능하다고 확신한 것은 다른 루트를 통해서라고 밝혔다. 어쨌든 DJ가 노벨평화상 타려고 정상회담을 추진했다는 주장은 당시 상황에 비춰 설득력이 없다.

_DJ햇볕정책에 대한 평가도 극과 극이다. 나는 햇볕정책의 실패라기보다는 좌절이라고 본다. 남북교류협력과 북일, 북미 수교를 통한 체제안전보장이라는 두 기둥 가운데 후자가 충족되지 않아 좌절된 것 아닌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안 퍼줬을 땐 무엇으로 핵실험을 했나. 우리가 6ㆍ25 때 밀가루와 우유를 받아 먹었지, 그걸로 비행기를 만들었나, 무기를 만들었나.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7ㆍ4 남북공동선언, 노태우 대통령 시기의 남북기본합의서 등 보수 정부도 DJ정부 못지 않은 햇볕정책을 폈다. 보수 야당은 왜 자신들의 좋은 역사를 부정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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