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채지선 기자

등록 : 2017.09.15 20:00
수정 : 2017.10.15 17:52

[지구촌은 선거 중] 난민ㆍ실업 문제 무기로..내각 진출 노리는 극우 자유당

오스트리아 총선 10월 15일

등록 : 2017.09.15 20:00
수정 : 2017.10.15 17:52

지지율 선두 중도 우파 국민당

자유당 연정 파트너로 선택 땐

12년 만에 공동 집권 성사

나치 출신이 창당한 자유당

기존 정치 혐오 부추기며 확장

反유대 사건도 덩달아 증가세

오스트리아 내 극우 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다음달 15일 총선에서 극우성향 자유당이 제2당으로 내각으로 진출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당이 내각에 진출한다면 국민당과의 연정이 끝난 2005년 이후 12년 만이다. 오스트리아는 지난해 극우 대통령을 배출시킬 뻔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지난 6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어페어와 일간 외스터라이히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도 우파 성향인 국민당이 33%를 얻을 것으로 예측돼 선두를 달리고 있다.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과 극우 자유당은 각각 24%로 2위를 다투고 있으며, 녹색당이 6%, 새로운오스트리아당이 5%를 기록하며 뒤를 잇고 있다.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자유당은 올 초까지 여론조사에서 1위를 점하는 등 여전히 위협적이다. 문제는 국민당이 선거 후 새로운 연정 파트너로 자유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반(反)이민ㆍ반 유럽연합(EU) 등을 표방하는 자유당은 나치 독일 무장 친위대 출신인 안톤 라인탈러가 1956년 창당했다. 독일의 정치연구소 유스티티아 암플리피카타 소속 연구원인 파비오 울켄스타인은 “(지난 5월 새로 선출된) 세바스티안 쿠르츠 국민당 대표가 우파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려고 할 수 있다”며 “이민 이슈 등에서 자유당과 공유하는 부분이 많기도 하고, 다른 정당과 손 잡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오스트리아 하원은 사민당과 국민당이 각각 51석, 자유당 38석, 녹색당 21석, 새로운오스트리아당 8석, 무소속 14석으로 구성돼 있다. 양대 정당인 사민당과 국민당은 오랜 기간 연정을 꾸려왔지만 지난 5월 라인홀트 미터레너 부총리 겸 국민당 당수가 사퇴하면서 사실상 갈라섰다. 원래대로라면 내년에 치러져야 할 총선이 다음달로 앞당겨진 것도 내분으로 지지율이 하락하자 국민당이 조기총선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국민당은 지난 5월 31세인 쿠르츠 외무장관을 새로운 대표로 임명하며 지지율을 회복했다. 쿠르츠 대표는 젊은 이미지와 기성 정치에 대한 강한 반감을 표시하면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고 있다. 현지 언론은 그를 ‘보수적인 마크롱’이라고 부르고 있다.

기존 사민당과 국민당의 연정에 대한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불만은 상당히 높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는 “실업률이 오르고 정부 부채가 늘어나고 교육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지만 정부는 싸우기 바빴다. 사람들은 정부 자체가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스트리아 일간 데어 슈탄다드의 에디터인 에릭 프레이는 “양당 연정에 대해 매우 안 좋은 감정이 자리잡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노르베르트 호퍼 자유당 후보가 사민ㆍ국민당 후보를 누르고 결선투표까지 진출한 것도 이런 불만과 무관하지 않다. 호퍼는 무소속이었던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현 대통령에게 패하긴 했지만, 막판까지 기세가 꺾이지 않아 당시 유럽 각국들은 첫 극우 대통령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선거는 오스트리아 정치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국의 정치전문지인 WPR은 “양당이 권력을 나눠가지는 전통은 이제 끝이 난 듯 하다”며 “지금까지 오스트리아 정치는 좌우가 균형을 이루며 유럽에서 가장 안정된 정치 시스템 중 하나로 인식돼 왔지만, 이제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 들게 됐다”고 분석했다.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진 가운데 극우 세력은 그 틈을 잘 파고들고 있다. 특히 2015년 한해 동안 전체 인구의 1%에 달하는 난민 9만명을 수용한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정서를 자극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경기 침체 등 다른 요인들도 극우 정치세력에겐 호재다. 오스트리아 실업률은 약 8.3%로 유럽연합(EU) 평균인 9.6%보다는 낮지만 최근 수년 간 실업률이 계속해서 높아져왔다. 다프네 할리키오풀루 영국 리딩대 비교정치학과 교수는 “경제 위기에 따른 재정 불안정성은 유럽 중산층들에게 실업과 임금 삭감, 복지 혜택 수혜 여부 등에 대한 걱정을 불러일으켰다”며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간다고 생각하거나 그들이 복지혜택을 받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극우 정당 지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극우 부상으로 오스트리아 내 혐오 사례가 덩달아 늘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에서 발생한 반유대주의 사건은 2014년 260여건에서 2015년 465건, 지난해 477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비엔나의 유대인 커뮤니티 회장인 오스카 더치는 “두 해 연속으로 기록적인 증가 수치를 보이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반유대주의 반대 포럼의 앰버 웨인버는 “인종차별이 오스트리아에서 사회적으로 더 많이 수용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나치 집단수용소 중 하나인 마운트하우젠의 희생자 대표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2013년 이후 자유당 소속 정치인들과 관련된 반유대주의적 인종 차별 사건은 최소 60건이 발생했다”며 “극우는 나치의 이데올로기를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의 부활에 대해 경계심을 표시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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