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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철 드는 날…탐라국 입춘굿 구경 오세요

입력
2017.01.3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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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는 예로부터 입춘을 ‘새 철 드는 날’이라 하여 24절기의 시작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날 온 도민이 한자리에 모여 한 해의 풍농을 기원하는 의식을 벌였는데, 곧 입춘굿이다.

탐라국 입춘굿 모습
탐라국 입춘굿 모습

물론 입춘굿은 제주만의 문화는 아니다. 과거부터 세계 곳곳의 농경사회에서 치러지던 풍요를 기원하는 봄의 제전 중 하나다. 한국에서도 김해의 춘경제(春耕祭)부터, 함경도와 평안도 일대를 아우르는 나경(裸耕), 강원도 삼척의 입춘제(立春祭) 등 여러 지방에서 두루 치렀다고 전해온다.

제주 입춘굿의 유래는 탐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시대인 1841년 펴낸 이원조 제주목사의 ‘탐라록’ 에 의하면, “입춘날 호장은 관복을 갖추고 나무로 만든 소가 끄는 쟁기를 잡고 가면 양쪽에 어린 기생이 부채를 들고 흔든다. 이를 퇴우(소몰이)라 한다. 심방 무리들은 활기차며 북을 치며 앞에서 인도하는데, 먼저 객사로부터 차례로 관덕정 마당으로 들어와서 밭을 가는 모양을 흉내 내었다. 이날은 본 관아에서 음식을 차려 대접하였다. 이것은 탐라의 왕이 적전(籍田)하는 풍속이 이어져 내려온 것을 말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24년 제주도청의 기록 ‘미개의 보고 제주도’에서는 ‘매년 입춘일 목사청에 모여 한 동리마다 흑우 한 마리씩 바쳐 목사와 도민의 안녕을 기원함과 동시에 농작물의 풍요를 산신과 해신에게 빌고, 여흥으로 가면극 형태의 고대극과 기이한 것을 연출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낭쉐몰이 장면
낭쉐몰이 장면
친경적전 장면
친경적전 장면
낭쉐코사 모습
낭쉐코사 모습
입춘탈굿 놀이 모습
입춘탈굿 놀이 모습

이외에도 많은 기록들이 입춘굿을 전하고 있는데, 이를 종합하면 탐라의 왕이 몸소 밭갈이, 즉 친경적전(親耕籍田) 의식을 통하여 주민들과 함께 풍년을 기원했다는 내용으로, 고려에 의해 탐라왕조가 멸망한 이후인 조선 초기에는 제주목사가, 훗날에는 호장이라 불리는 향리의 대표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각종 문헌에 의하면 조선왕조의 멸망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사라진 과거의 입춘굿은 ‘낭쉐코사(木牛祭), 낭쉐몰이(退牛), 입춘굿(驗新之豊嫌), 뒤풀이(跳躍亂舞)’ 등으로 구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지방의 입춘 의식과 달리 눈길을 끄는 대목은 도황수라 불리는 심방 집단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해 농사에 대한 길흉을 점치는 농점(農占)도 다른 지방에서는 정월대보름에 행해지던 의식이다. 제주의 입춘에는 무속을 중심으로 새해맞이 의례가 행해졌다고 할 수 있다.

제주 입춘굿의 또 다른 특징은 민과 관, 무속이 함께 어우러져 진행한 제의의식이라는 점이다. 호장으로 대표되는 지역주민의 대표와 심방들, 기생까지 함께 어우러지고 마지막으로 관아에서 음식을 대접했다는 것은 제주의 입춘굿이 모든 사람들의 제의의식이자 한마당 축제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늘날 강조하는 민과 관의 협치(協治)의 전형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달리 표현하면 과거 독립국으로서의 독자적인 문화를 가졌던 제주의 민중들을 다스리는 통치행위로서 중앙의 이념만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의 특수성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를 강조하는 오늘날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조선말까지 이어지다 일제강점기 사라졌던 탐라국의 입춘굿은 1999년 제주민예총의 의해 복원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제주도 굿 본연의 신앙적인 요소를 살려 시민사회의 화합과 풍요를 기원함은 물론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해 누구나 함께 체험하며 즐기는 도심형 전통문화축제로 발전하고 있다. 올해 탐라국입춘굿은 제주민예총 주관으로 ‘빛의 씨앗을 담다’라는 축제로 진행된다. 입춘인 3일 오후 2시부터 관덕정에서는 열림난장과 춘등걸궁이 예정돼 있고, 본굿이 열리는 4일은 오전 9시부터 제주목관아에서 춘경문굿, 입춘굿, 낭쉐몰이 등이 이어져 오후 5시까지 계속된다.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 hallasan19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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