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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명의 기도하는 손... 세월호 사회적 망각에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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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명의 기도하는 손... 세월호 사회적 망각에 맞서다

입력
2016.04.0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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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희의 ‘봉선화기도 304’. 경기도미술관 제공
조소희의 ‘봉선화기도 304’. 경기도미술관 제공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전시가 열린다.

경기도미술관은 4월 16일부터 6월 26일까지 경기 안산시 초지동에 있는 미술관에서 세월호 희생자 추념전 ‘사월의 동행’을 연다고 6일 밝혔다. 전시에 참여하는 22인의 작가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희생자 가족의 아픔과 결코 아물 수 없는 상처를 보듬어냈다. 세월호 사건 이후에서 보듯 공감 능력이 사라진 사회에서 예술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근본적으로 묻는 자리다.

‘봉선화기도 304’라는 작품으로 전시에 참여한 조소희 작가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304명의 기도하는 손에 담긴 공감과 연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33개월의 아기부터 96세 할머니, 희생자를 조카로 둔 이모 등 자발적으로 작품에 참여한 304명은 봉선화 물을 들이고 촬영을 하기까지 약 세 시간을 추모의 마음으로 기다렸다. 고통과 분노, 애도와 염원이 담긴 손은 전시장 내부에 따로 마련된 공간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홍순명 작가는 세월호 참사 후 팽목항 근처에서 모은 나뭇가지, 조개 껍데기 등을 ‘사소한 기념비’라는 작품으로 내놨다. “유가족, 사복경찰, 관광 버스들이 오고 가는 팽목항의 분위기는 참 이상해서 주변 인적 드문 해수욕장으로 몸을 피해 이틀을 하염없이 앉아 있었다”는 그는 “주변에서 주운 사물들을 기념비 삼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팽목항 근처에서 수집한 물건들을 모은 홍순명의 ‘사소한 기념비’(2015). 경기도미술관 제공
팽목항 근처에서 수집한 물건들을 모은 홍순명의 ‘사소한 기념비’(2015). 경기도미술관 제공

경기도미술관은 안산시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 옆에서 지난 2년 동안 희생자 가족과 국민들의 슬픔을 묵묵히 지켜봐 왔다. 그래서 마련한 전시이지만 열리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희생자들을 예술 소재로 삼아 세월호 유가족들이 상처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일 컸다. 경기도미술관 관계자들은 전시를 기획하는 시점부터 전시되는 작품의 윤곽이 잡힐 때까지 여러 차례 가족들을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결과 희생자 유족 대표측에서 “기억해줘서 고맙다”며 전시회에 참석하겠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전시는 ▦동행하다 ▦기억하다 ▦기록하다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동행하다’는 2년 간 목도한 세월호 참사의 슬픔과 분노를 넘어 예술가가 과연 이 사회적 비극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묻는 전시다. ‘기억하다’에서는 세월호를 통해 반추한 우리 사회에 대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기록하다’에서는 세월호에 대한 사회적 망각에 맞서 기록하는 예술적 실천을 다룬다. 직접 봉선화 물을 들이거나 희생자들이 살아있었다면 읽었음직한 시를 낭독하는 시간 등도 마련돼 있어 전시를 찾은 관객들도 함께 추모 의식에 참여할 수 있다.

최은주 관장은 “지난해 부임 이후 미술관 안팎에 세월호의 비극이 스며들고 있었다”며 “2주기를 맞아 다 함께 세월호를 기리고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채영 학예연구사는 “매일 분향소를 지나 출근하며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신은별기자 ebshin@hankookilbo.com

주용성의 사진 작품 ‘4반 김용진의 방’(2016). 경기도미술관 제공
주용성의 사진 작품 ‘4반 김용진의 방’(2016). 경기도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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