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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치료를 넘어 환자 행복을 추구하는 동반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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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치료를 넘어 환자 행복을 추구하는 동반자로

입력
2014.10.2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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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서 첫 시도 암교육센터

증상ㆍ심리ㆍ생활까지 가이드 역할

온라인ㆍ모바일 공간 소통도 강화

재능 기부 받아 암 환자 영화도 제작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아트테라피 과정에 참여한 한 암 환자가 점토를 이용한 동물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환자들은 아트테라피를 통해 불안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아트테라피 과정에 참여한 한 암 환자가 점토를 이용한 동물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환자들은 아트테라피를 통해 불안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2009년 유방암 진단을 받자 주위 사람들이 다들 배려를 해주었죠. 하지만 환자인 저는 일상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겠더라구요. 얼마 전부터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에서 암치료에 대한 교육도 받고, 그림 그리기 등 아트테라피 등을 통해 마음을 가라앉혔죠.” 노은숙(가명ㆍ47)씨.

질병 치료가 의료의 본질이다. 그런데 요즘 질병 치료 못지 않게 환자의 정신건강, 일상생활 등 부차적 요소가 부각되고 있다. 특히 의료진과 환자간 소통(커뮤니케이션)은 환자 치료에 필수가 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소통을 핵심 키워드로 놓고 환자 치료를 넘어 환자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2008년 국내 최초로 환자들의 치료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과 증상관리 교육, 심리교육 등을 위해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를 열었다. 환자 치료에만 몰두해 왔던 당시 의료계 풍토에서 신선한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이 같은 도전은 현재 의료계에서 대단히 성공적이란 평가다. 환자들의 호평 속에 전국 20여 병원에서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와 같은 환자와의 쌍방향 소통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조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병원들은 암 환자와 치유 여정을 함께하며, 공감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코칭 전문가가 녹화된 환자 진료장면을 보면서 의료진에게 환자와 소통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코칭 전문가가 녹화된 환자 진료장면을 보면서 의료진에게 환자와 소통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3월 새로 단장한 삼성서울병원 홈페이지. 환자 개인 별로 맞춤형 쌍방향 소통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새로 단장한 삼성서울병원 홈페이지. 환자 개인 별로 맞춤형 쌍방향 소통을 하고 있다.

치료를 넘어 환자와 쌍방향 소통

알면 유익한 암병원 가이드, 암 진단 시 알아야 할 7가지, 암 치료 시작 시 알아야 할 7가지, 암 환자의 탈모, 피부변화, 인조유방 등 외모관리, 스트레스 관리, 암 치료 후 생활 관리, 피로ㆍ통증 등의 증상관리, 재발환자의 심리 상담, 아트테라피, 아로마 손ㆍ발마사지 교육, 각종 암 선배 환우와의 만남, 찾아가는 건강웃음요법, 암과 부부의 성…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는 암 환자가 마주칠 모든 상황에 맞춰 환자가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마디로 암 환자의 ‘웰빙 네비게이터’인 셈이다.

며칠 전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1층에서 진행된 아트테라피 과정에 참여한 암 환자들은 미술 전공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얻어 공예품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유방암 환자인 김모(50)씨는 “작품을 만들다 보면 아픈 것도 잠시 잊게 되고 무엇보다 가슴에 응어리진 감정이 해소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런 프로그램으로 암 환자들은 현실의 무게를 덜고 있다.

암 환자 교육을 책임진 조주희 암교육센터 교수는 “환자, 보호자 대부분 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면서 어떻게 할지 몰라 어리둥절해 한다”며 “이 때 병원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 가이드 역할을 한다면 환자, 보호자 모두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환자는 환자라, 보호자는 보호자라 각자 입장에 따라 말 못할 고충이 크다”며 “하지만 상황자체가 힘들다 보니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서툴러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료진도 환자와 소통하는 방법 배워

삼성서울병원의 소통은 의료진도 예외가 아니다. 매일 환자와 대면하는 의료진이야 말로 소통의 최전선에서 있는 만큼, 의료진에게 환자와 소통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성서울병원의 모든 의료진은 환자ㆍ의사 관계(Patients-Doctor RelationshipㆍPDR) 교육을 받는다. PDR 교육은 의료진이 환자에게 더 쉽고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환자 아픔을 이해하는 공감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소통 전문가가 미리 촬영한 의료진의 진료 모습을 보여주며 진료할 때 시선의 위치, 목소리 톤, 제스처 사용법 등을 1대1로 강의한다.

이상철 순환기내과 교수는 PDR 교육을 받은 뒤 “진료 시 환자와의 눈 맞춤, 대화 태도 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며 “암 환자에게 인간적으로 진료할 수 있게 돼 만족감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했다.

또한, 환자와 소통은 병원 안에서 그치지 않는다. 더 많은 환자와 소통하려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접촉점을 늘리고 있다. 환자들이 병원을 이용하고 질병 극복에 도움이 되도록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나서 ‘삼성서울병원 건강대백과’, ‘삼성서울병원 암치유생활백과’ 등을 펴냈다.

게다가 환자 이야기를 대외에 알리는 데도 적극적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암을 이겨낸 유방암 환자들이 이제 막 투병을 시작한 환자를 위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아 ‘당신을 응원합니다’(청림라이프 발행)를 냈고, 지난해 유방암 환자의 사연을 모아 ‘스마일 어게인’ 영화도 만들었다.

영화 ‘간첩’과 ‘점쟁이들’을 연출한 박유영 감독과 영화사 ‘울림’의 재능기부로 만든 ‘스마일 어게인’은 유방암 환자가 겪는 고통과 암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웃음치료 강사이자 한 남자의 아내이고 어린 자녀의 어머니였던 숙향(배우 소희정)과 댄스강사로 한창 청춘을 불태우던 진주(배우 민지오)가 유방암 진단 후 방황하다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암을 겪었거나 싸우고 있는 환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온라인과 모바일에서도 소통은 활기차다. 홈페이지와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환자와 직접 소통하는 창구로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돕기 위해 페이스북의 ‘좋아요’나 트위터, 블로그 등에 답글이나 댓글을 달 때마다 1,000원씩 적립금을 쌓아 환자 치료비로 쓰고 있다. 병을 이겨낸 환자의 사연에 많은 네티즌이 응원하면서 나머지 환자에게도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주고 있다.

특히 병원 홈페이지는 지난 3월 새 단장 후 몰라보게 달라졌다. 개인별로 맞춤화된 서비스를 구현하면서 스토리텔링형 홈페이지의 모습을 갖췄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환자의 요구를 미리 파악해 제공한다는 점이다. 병원 홈페이지는 로그인할 때 사전에 입력한 정보에 따라 본인에게 필요한 운동, 영양, 생활습관 등 관련 콘텐츠가 펼쳐진다. 환자마다 각기 다른 건강상태를 반영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백미로 꼽힌다. 이밖에 병원 방문 전 의료진이나 질환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사전에 묻고 답을 얻을 수 있도록 별도 공간을 마련했다. 첫 화면에 자주 묻는 질문들을 띄워 궁금증을 해소하도록 해 환자와의 소통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은 “병원은 환자 치료가 주 임무였지만 앞으로는 토털솔루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며 “행복, 박애, 스마트라는 3가지 키워드 아래 새로운 형태의 병원상을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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