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왕천싱 5단
백 오유진 3단
<장면 1> “아직 한번도 우승한 적이 없다. 언제 우승할까 생각했다. 여자 국수전 결승전이나 준비하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덜컥 갑자기 세계대회에서 우승했다. 부모님도 놀랐다. 전화를 하는데 ‘진짜 정말 우승이야. 이겼어? 믿기지가 않아’ 했다.”
한국 여자바둑 2위 오유진이 11월 16일 중국 쑤저우에서 끝난 제7회 궁륭산병성배 세계여자바둑대회 결승에서 중국 왕천싱 5단과 겨뤄 백을 쥐고 186수만에 불계로 꺾었다. 첫 세계대회 우승이 프로 첫 우승이다.
새로운 세계바둑 여왕을 얼른 만나고 싶었다. 중간에 다리를 놓아 오유진과 만날 날을 잡았다. 21일 낮 3시 한국기원 2층 기자실, 어김없는 시간에 나와 환하게 웃는 오유진과 바둑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오유진은 1998년생으로 18세. 2012년 프로에 들어올 때부터 여자 프로로는 막내였다. 바둑은 강해 수시로 언니들을 제쳤다. 2015년 여자바둑리그 MVP에 빛난다.
돌을 가려 백을 잡은 오유진이 귀 한 곳을 비워놓은 채 4로 얼른 걸쳤다. 무슨 작전을 짜둔 것인가. “실제로는 연구하고 공부한 것과 반대로 뒀다. 결승을 앞두고 하루 쉬는 날 목진석 코치와 함께 왕천싱이 잘 두는 포석을 놓고 이리저리 연구했다. 바둑판에 앉아서는 맘을 싹 바꿨다. 왕천싱이 모르는 포석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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