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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스승의날, 인정받지 못하는 세월호 교사의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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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스승의날, 인정받지 못하는 세월호 교사의 희생

입력
2017.05.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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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날 단원고 2학년 2반 담임 선생님을 맡았던 故 전수영씨 납골당에 2반 故 박혜선양 어머니가 카네이션을 달아놨다. 전수영씨 어머니 최숙란씨 제공
스승의날 단원고 2학년 2반 담임 선생님을 맡았던 故 전수영씨 납골당에 2반 故 박혜선양 어머니가 카네이션을 달아놨다. 전수영씨 어머니 최숙란씨 제공

세월호 참사 이후 네 번째 스승의날, 단원고 희생교사 고(故) 전수영(당시 25)씨 어머니 최숙란(53)씨가 한국일보에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참다운 선생으로서의 딸을 추모하면서 최씨는 세월호 희생교사들이 정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스승의날이 왔습니다. 딸 수영이(단원고 2학년 2반 담임교사) 납골당에는 ‘전수영 선생님께! 2반 아이들이랑 잘 계시죠. 우리 혜선이도 잘 있죠. 언제 어디서든 행복하시고 천국에서의 생활이 평안하기를’이라는 문구와 함께 카네이션이 달려있습니다. 수영이가 담임을 맡았던 고(故) 박혜선양의 어머니께서 달아 주신 겁니다. 저도 수영이에게 달아 줄 하얀 카네이션을 만들었습니다. 예쁘게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은 딸이 어렸을 때 머리를 곱게 땋아 주던 마음과 겹칩니다. 스승의날이 올 때마다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선생님 전수영’의 모습을 잊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5월이 오면 수영이가 어렸을 적 만들어준 선물이 생각납니다. 중학교 선생이던 제가 분필색이 좀 다양했으면 좋겠다고 한 말을 듣고, 수영이는 분홍 연두 보라 등 열 가지가 넘는 색분필을 만들어 선물해줬습니다. 몽당 분필을 모아 만들었다더군요. 저는 그 분필로 칠판에 지도를 그리고, 밑줄도 치면서 수업을 했었습니다.

수영이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을 걱정해 자주 그 편의점에 들러서 함께 시간을 보내주던 선생님이었습니다. 책 읽기에 자신 없어 하는 학생에게 ‘리딩 걸(Reading Girl)’이라는 별명을 지어주며 용기를 북돋아주던 국어 선생님이었습니다. 항상 웃는 얼굴로 대해, 아이들이 수영이만 보면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던 선생님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일에는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느라 정작 본인은 입지 못했습니다. 학생들을 물 밖으로 밀어 올리고는 배 밖으로 나오지 못한 선생님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영이는 학생들을 위해 ‘희생’한 선생님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영이를 비롯한 선생님들 모두 같은 상황입니다. 희생된 선생님들의 유가족이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내 1심 소송에서 순직군경 예우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특별한 재난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이나 안전을 돌보지 않고 학생들의 구조활동에 나선 이들을 순직군경에 준하게 예우하는 게 합당하다는 내용이지만 국가보훈처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소했습니다. 유가족들은 힘겹게 재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순직 선생님들의 유가족은 법에 없는 특혜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법에 보장돼 있는 대로 적용해 달라는 겁니다. 법이 보장한 정당한 권리를 찾아주고 싶은 외로운 외침은 스승의날 하늘의 선생님들에게 전해지는 눈물의 편지일 것입니다. 세월호 순직 선생님들은 영원한 안식처가 아닌 임시로 마련된 납골당에 쓸쓸히 머물면서 네 번째 스승의날을 맞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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