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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의 우충좌돌] 강대국 중국에 대한 불편한 진실

입력
2017.08.2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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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한중관계, 사드는 한 계기 불과

중국 아시아 통제력 강화가 최종 원인

미중의 더 큰 규모 권력관계 주목해야

수교 25주년인 올해, 한중관계는 최악이다. 이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대부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체계, 곧 사드(THAAD)를 꼽지만, 정말 그것이 팩트인가. 오히려 사드나 북핵 위기는 표면으로 떠오른 빌미나 핑계일 뿐, 진짜 갈등의 팩트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닐까.

사드를 갈등의 원인으로 꼽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북핵 위기가 고조될수록 한미 양국은 사드 배치 필요성을 설명하기가 보다 유리해지고, 중국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으로 위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드가 필요하고 이 점은 중국이 이해해야 하고 또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북핵을 방어하기 위한 사드인데 중국이 과잉 반응한다는 견해도 여기서 나온다. 심지어, 성주의 사드 장비가 중국 쪽을 탐지하지 못하도록 서쪽 산 밑에 배치했고, 그런 노력은 사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사도 나왔다. 물론 중국도 겉으로는 마치 사드가 갈등의 원인인 것처럼 말하기는 한다.

그러나 사드는 사실 이 갈등이 드러난 상징적 계기일 뿐이다. 한중 사이에 갈등이 악화되는 근본적이고 최종적인 원인은 강화된 힘에 따라 아시아에서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이라고 봐야 한다. 1972년 미ㆍ중 수교 이후, 미국은 몇 년 전까지 아시아를 통제할 압도적인 힘을 가졌고 중국은 그 통제권을 묵인하면서 경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미ㆍ중은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따라잡으면서, 그리고 앞으로 미국도 추월할 가능성까지 도래하면서 모든 것은 바뀌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라이벌로 등장한 중국을 봉쇄하려는 시도를 한 순간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중국은 앞으로 끊임없이 아시아에 대한 강화된 통제력을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할 것이다. 물론 미국이 아시아에서 그냥 물러서는 일은 없겠지만, 중국을 압도할 힘이 없는 한, 미국은 중국이 안방이라고 여기는 아시아에서 중국의 주도권을 인정해야 할 상황이다.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미국이 미군철수를 비롯한 문제를 중국과 합의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휴 화이트 호주국립대 교수도 사드는 실질적으로도 중국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미ㆍ중이 아시아에서 벌이고 있는 더 큰 규모의 권력관계에 주목한다. “중국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능력이 한ㆍ미동맹과 미ㆍ일 동맹을 약화시킨다고 보며, 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리더십 뿌리를 흔들겠다는 중국의 장기적 전략적 열망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중국이 북한이 핵을 폐기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리라고 전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북핵 폐기만을 최고 목표로 삼는 대북 정책은 공허할 수 있다.

중국 얘기가 나오자, 한 후배는 “형님 대접을 해야죠”라며 웃었다. 어쩌면 사실을 받아들이는 한 방식일 수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 오백년 조공관계를 수치스럽게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굴기하는’ 중국은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벌써 과거처럼 조공 관계를 설정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중국 주변 어느 나라도 결코 복종적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 않는다. 심지어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중국의 ‘제국’을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허구적인 구상이다. ‘팍스 아메리카나’는 그나마 통제 대신에 일정한 평화를 제공했지만, 중국은 여러 모로 그런 기대에 한 참 미치지 못한다. 무엇보다 너무 국가주의적이다.

물론 친미와 친중 가운데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양자택일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더 나쁜 상황은 둘 모두의 눈치를 보거나, 어쩌면 중국의 눈치를 더 봐야 하는 일일 것이다. ‘강대국’ 중국은 점점 폭력적 사실로 작용할 듯하다. 이 상황에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한다는 말은 추상적인 이론이 되기 쉽고, 중국이 ‘전략적 협력자’라는 정부의 말은 자칫하면 외교적 허언이 될 상황이다. 균형을 유지하려는 자는 갑갑해진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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