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정원 기자

등록 : 2017.09.15 20:00

[세계의 분쟁지역] 분쟁지 주민들이 콜레라 늪에 빠지는 이유는

등록 : 2017.09.15 20:00

나이지리아 보르노주 마이두구리의 국경없는의사회 치료 센터에서 의료진이 전염병으로 고통 받는 한 어린 아이를 검진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제공

최근 나이지리아 북동부는 콜레라 발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현지 보건부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 지역에 콜레라 발병을 공식 선포한 후 현재까지 48명이 사망했다.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번달 초에는 불과 사흘 사이에 콜레라 의심 환자가 186명에서 530여명으로 껑충 뛰었다. 많을 땐 콜레라 의심 환자가 하루 100명 이상 북동부 보르노주의 주도 마이두구리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치료 센터를 찾고 있다.

전염병 발병과 분쟁 전개 상황이 어떤 관계냐 물을 수 있겠지만, 둘은 상당히 밀접하고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가 마이두구리에서 치료하는 콜레라 환자 대다수는 마이두구리 외곽의 국내실향민 캠프 ‘무나 가라지’ 출신이다. 대부분 정부군과 극단주의 무장조직 보코하람 간 분쟁으로 집을 떠나 온 사람들이 머물고 있다. 물론 캠프에 도착해도 다시 보코하람의 표적이 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AFP통신에 따르면 8일 보코하람이 캠프 앞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자행해 2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 다음날 인근 은갈라 캠프에서도 무장 세력이 캠프를 향해 로켓추진수류탄(RPG)을 발사해 7명이 사망했다. 난민 캠프까지 닥친 죽음의 위협을 보면 주민들이 고향에서 겪었을 상황이 얼마나 더 극심했을지는 불 보듯 뻔하다.

분쟁은 자연스럽게 난민 캠프를 전염병의 늪으로 밀어 넣었다. 현재 무나 가라지 캠프 내 인원은 약 2만명. 무장 단체들의 공격을 피해 사람들은 수풀에서 짧게는 며칠 길게는 수년간 헤매다 캠프로 들어온다. 이들은 기본적인 예방접종을 받기는커녕 노마병, 겸상 적혈구 질환 등 희귀열대병을 갖고 온다. 여기에 우기를 맞아 폭우가 내려 캠프 일부가 물에 잠기면서 캠프는 콜레라에 더욱 취약해졌다. 이미 열악해진 위생 상태는 우기를 거치며 더욱 악화한다. 발 디딜 틈 없이 포화된 일정한 공간에 병균과 오염된 물 등이 밀려들어오는 모습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마이두구리를 비롯한 보르노주 지역은 특히 2002년 보코하람이 태동한 곳이자 지금까지 근거지로 삼고 있어 피해가 극심하다. 2009년 보코하람과 정부군 간 분쟁이 본격화한 이후 나이지리아 북동부에는 국내실향민 약 180만명이 수년째 임시 거처에서 지내고 있다. 2013년 5월 정부가 보코하람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활동 지역인 북동부 보르노, 요베, 아다마와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나 포화가 그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마이두구리에선 지금도 마을, 시장, 교회 등지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자행되고 있다.

그러나 분쟁으로 인한 대규모 피해를 발생시키는 쪽은 보코하람 뿐만은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정부군은 보코하람이 점거한 지역을 탈환하겠다며 공격 작전을 대폭 늘렸다. 피해는 고스란히 민간인에게 돌아 온다. 올해 1월 나이지리아군이 보르노주 란의 피난민 캠프를 겨냥해 공중폭격을 가했던 일이 그 중 하나다. 이미 극한의 폭력을 피해 피신한 사람들 수천명이 모인 곳에 정부군 폭탄 2개가 떨어졌다.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총 90여명이, 지역민들과 커뮤니티 지도자들은 최대 17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당시 영양실조 검진ㆍ치료 등 의료지원 중이던 국경없는의사회 텐트도 꼼짝없이 폭격 희생자 시신과 부상자들로 넘쳐나게 됐다.

란에서 일어난 비극은 보르노주의 절박한 상황을 너무도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보르노주의 취약 주민들은 연일 정부군과 보코하람 사이에 벌어지는 끊임없는 폭력의 한가운데 갇혀 있다. 300만명에 달하는 피난민, 그리고 영양실조와 콜레라의 덫에 빠진 이들을 위한 보호와 지원이 절실하다.

티에리 코펜스ㆍ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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