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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노근리 사건, 美 사과·보상 아직 없다니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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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노근리 사건, 美 사과·보상 아직 없다니 충격”

입력
2017.06.0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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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첫 보도한 마사 멘도자

충북 학살 현장 위령제 참석

“한미 양국 간 외교적 해결 시급”

/마사 멘도자(맨 오른쪽) AP통신 기자 가족들이 2일 오전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평화공원에서 열린 제19회 노근리사건희생자 합동위령제에 참석해 분향하고 있다. 노근리평화재단 제공
/마사 멘도자(맨 오른쪽) AP통신 기자 가족들이 2일 오전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평화공원에서 열린 제19회 노근리사건희생자 합동위령제에 참석해 분향하고 있다. 노근리평화재단 제공

“막상 현장에 와보니 아직도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피해자들이 살아 있는 동안 진정한 사과와 피해 배상을 위해 한미 양국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합니다.”

‘노근리 사건’을 세상에 알린 AP통신 마사 멘도자(50·여)기자가 2일 충북 영동군 황간면 사건 현장을 찾았다. 그는 이날 노근리평화공원에서 열린 합동위령제에 참석한 뒤 사건 장소인 노근리 경부선 철도 쌍굴다리를 둘러봤다. 노근리 사건 피해자 정구호(67)씨를 만난 그는 “희생된 분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노근리를 찾았다. 사건 현장을 직접 보니 생존자와 유족들의 아픔과 상처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위로했다.

마사 멘도자는 최상훈 기자, 찰스 헨리 기자 등과 함께 노근리 사건을 추적해 1999년 9월 세상에 알린 주인공이다. 당시 이들은 ‘노근리 다리’라는 기획 기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헤쳐 이듬해 퓰리처 상을 받았다.

당시 취재 과정에 대해 그는 “한국전쟁 때 미군은 매일매일 일지를 작성했는데, 노근리 사건이 벌어진 기간의 기록이 빠진 것을 알게 됐다”며 “비밀을 풀기 위해 당시 현장에 있던 12명의 미군을 직접 찾아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1년 가까운 취재기간 편집국 내에서 여러 번 고함이 오갈 정도로 매우 민감했던 사안이었다”면서 “기사가 보도된 뒤 탐사팀은 해체되고 나도 실리콘밸리로 발령 날 정도로 후유증도 컸었다”고 순탄치 않았던 보도과정도 소개했다.

노근리 사건은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25~29일 미군이 경부선 철도를 따라 피란하던 주민들에게 기관총 사격을 가해 300여명이 숨진 사건이다. 미군이 3박 4일 동안 쌍굴다리에 숨어 있던 사람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던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AP통신 보도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고 당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유감 표명 성명을 냈다. 이후 한미 양국의 합동조사가 이뤄졌으며 2011년 학살 현장 인근에 13만 2,200㎡ 규모의 노근리평화공원이 조성됐다.

멘도자 기자는 노근리 사건 희생자에 대한 미국 측의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진정한 사과나 피해 보상이 아직 없다는 사실을 여기 와서 들었다”며 “미국과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잘 해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사 멘도자가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편, 두 딸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그는 1일 기차를 타고 영동역에 도착한 뒤 자전거를 타고 당시 피란민들이 이동했던 임계리~주곡리~노근리를 둘러봤다.

멘도자 가족은 영동 난계박물관과 국악촌을 찾아 한국 전통음악을 체험한 뒤 3일 영동을 떠날 예정이다.

정구도 노근리평화재단 이사장은 “노근리 사건을 세상에 널리 알린 주인공이 참석해 더욱 뜻있는 위령제가 됐다”고 말했다.

재단 측은 해마다 사건이 일어난 7월 말에 열던 위령제를 올해는 고령인 피해자와 유족들의 건강을 고려해 6월 초로 당겨 열었다고 밝혔다. 영동=한덕동 기자 기자 ddhan@hankookilbo.com

/마사 멘도자(왼쪽에서 두 번째)기자는 1일 오후 노근리 사건 당시 희생자가 가장 많았던 임계리에 들러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노근리평화재단 제공
/마사 멘도자(왼쪽에서 두 번째)기자는 1일 오후 노근리 사건 당시 희생자가 가장 많았던 임계리에 들러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노근리평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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