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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지엠 작년 적자 1조700억원”… 예상치 6000억원 훨씬 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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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지엠 작년 적자 1조700억원”… 예상치 6000억원 훨씬 초과

입력
2018.02.13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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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미국 GM 내부문건 입수

올해도 8900억원 손실 예상

5년간 3조원 투자 발표했지만

2020년 이후 집중돼 의구심 키워

30만개 일자리에 발목잡힌 정부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지원 우려

지난해 한국지엠의 적자 규모가 시장 예상치인 6,000억원을 뛰어넘는 1조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내부문건을 한국일보가 12일 입수했다. 내부문건은 올해도 한국지엠이 8,900억원 가량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주 방한한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이 이 같은 한국지엠의 실적과 함께 2022년까지 향후 5년간의 투자계획을 가지고 우리 정부와 공적자금 투자 협상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GM이 요구한 투자규모는 향후 5년간 3조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연말 우리 정부에 천문학적 공적자금 투자를 요청(본보 1월16일자 18면 보도)한 GM이 직ㆍ간접 고용 일자리 30만개가 걸린 한국지엠을 볼모로 우리 정부에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GM이 집계한 한국지엠의 적자 규모는 우리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한다고 해서 경영위기가 회복될 수준을 이미 벗어난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GM이 우리 정부에 제시한 한국지엠의 투자계획은 2020년 이후로 집중돼 있어 자구 노력의 진실성에 대한 의구심도 지우기 힘들다.

GM이 내부 집계한 한국의 지난해 실적은 예상보다 훨씬 처참했다. 전년보다 매출이 12.5% 감소한 10조6,960억원에 그쳤고, 순손실은 1조740억원에 달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집계한 추정치(약 6,000억원)를 훨씬 뛰어넘는 손실액이다. 이럴 경우, 한국지엠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누적적자가 3조원을 넘게 된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지난주 공개된 GM 전세계 실적에서 한국지엠의 실적을 분리하는 작업을 마쳐야 정확한 실적을 알 수 있다”면서도 “지난해 GM이 유럽에서 완전 철수한 탓에 한국지엠 수출 물량이 급감해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나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문건에서 GM은 한국지엠의 올해 실적이 더 악화할 것으로 봤다. 판매량이 전년보다 4.1% 줄어든 50만4,000대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다. 적자는 다소 줄어 8,970억원으로 전망했다.

앵글 사장은 11일 출국에 앞서 이런 결과를 산업은행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제시하며 2022년까지 28억달러(약 3조366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자구 계획을 밝혔다. 그는 연간 20만대 추가 생산이 가능한 신차가 투입돼야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선 3조원 가량의 현금 투입이 시급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나서서 대출, 세금감면, 재정지원, 유상증자 참여 등으로 이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달라는 요구다. 이에 대해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GM에 전반적ㆍ중장기적으로 장기 투자를 어느 정도 할 수 있고 전체적인 경영구조 개선은 어떤 형태로 할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두루뭉술하게 밝혔다.

업계에선 GM이 우리 정부에 밝힌 향후 투자계획에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한다. 올해부터 3억600만달러(약 3,319억원)를 들여 신차 개발을 하겠다면서도, 투자액의 3분의2에 달하는 20억달러 가량은 2020년 이후로 투입을 미뤄 놓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그래픽 참조) 또 한국지엠에 투입할 신차는 현재 GM에서 주력하며, 수요가 급증하는 전기차 등 미래차가 아니라 부가가치가 낮은 소형 내연기관차이고, 구체적인 판매계획도 없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지상욱 의원(바른정당)은 “GM이 자본금을 모두 까먹고 철수를 결정하기에 앞서 직원급여, 원자재 대금 등을 확보해 연명하려고 정부에 손을 벌린 것일 수도 있다”며 “구조조정 또는 철수압박에 휘말리지 말고 한국지엠의 근본적인 부실 원인과 GM 측의 경영정상화 계획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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