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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마법상자 아냐…인간 위한 기술 돼야 존재 의미”

입력
2017.01.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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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장밋빛 기대 지나쳐

잘못 이해ㆍ추진 땐 재앙 소지

‘인간의 행복 증진’이 기준점

창의적 인재 양성이 성공 관건

한국 주입식 교육부터 개혁해야

로봇공학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통하는 데니스 홍 미국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UCLA) 대학 교수는 지난 달 30일 한국일보 본사 사옥에서 만나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선 것으로 지목된 인공지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마법의 상자는 아니다”며 섣부른 장미빛 환상에 대한 금지론을 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로봇공학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통하는 데니스 홍 미국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UCLA) 대학 교수는 지난 달 30일 한국일보 본사 사옥에서 만나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선 것으로 지목된 인공지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마법의 상자는 아니다”며 섣부른 장미빛 환상에 대한 금지론을 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마법의 상자는 아니다.”

냉정했다. 지난달 30일 한국일보사를 찾은 데니스 홍(한국명 홍원서ㆍ46)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교수는 최근 화두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섣부른 장미빛 환상을 가져선 안 된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처럼 4차 산업혁명 성공을 위한 방법론을 논하기에 앞서 과연 누구를 위한, 나아가 도대체 무엇을 위한 4차 산업혁명을 할 것인지부터 분명하게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재앙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막대한 재원과 최첨단 기술이 어우러질 4차 산업혁명을 잘못 이해하고 추진할 경우 자칫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우려다.

데니스 홍 교수는 로봇공학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통한다. 글로벌 과학 잡지 퍼퓰러사이언스는 지난 2009년 그를 ‘세계의 젊은 천재 과학자 10인’에 선정했다. 2011년엔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개발, 영국 BBC와 미국 CBS 등 전 세계 유수 언론의 집중 조명도 받았다. 당시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달 착륙에 버금가는 성과’라며 대서특필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그에게 백지 수표를 건네며 스카우트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일본 정부의 초청을 받고 아직도 핵 연료봉이 가동되며 신음 중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을 찾아 수습책을 조언하기도 했다.

로봇공학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통하는 데니스 홍 미국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UCLA) 대학 교수는 지난 달 30일 한국일보 본사 사옥에서 만나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사용하지 않고 있는 용어다”며 “4차 산업혁명 자체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산업 연장선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로봇공학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통하는 데니스 홍 미국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UCLA) 대학 교수는 지난 달 30일 한국일보 본사 사옥에서 만나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사용하지 않고 있는 용어다”며 “4차 산업혁명 자체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산업 연장선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4차 산업혁명이요? 실리콘밸리에선 모르는 용어입니다”

데니스 홍 교수는 우선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 이후 전 세계적 화두로 떠 오른 4차 산업혁명은 사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산업 연장선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게 그의 설명이다. 컴퓨터(PC)나 인터넷처럼 이전 세상에선 전혀 상상할 수 조차 없었던 ‘혁신’도 아니다. 그는 “혁신의 상징으로 꼽히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4차 산업혁명’이란 말 자체를 아예 사용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ICT 강국으로 통하는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이 엄청난 대변화의 전환점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더 의아해 했다.

그는 선풍적 돌풍을 일으킨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냉정해 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국내에서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천재 이세돌 9단을 압도적으로 누르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최고조에 오른 것과 달리 해외에선 그리 큰 뉴스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데니스 홍 교수는 “수없이 많은 경우의 수를 활용한 반복 학습이 가능하다는 인공지능에 대한 기본적 특성만 이해해도 알파고의 승리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당시 대국에서 세상에 태어난 지 2년에 불과한 알파고가 프로경력 21년의 이 9단에게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 원인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학습능력 때문이었다. 이 9단은 프로기사 활동 기간 1만여번의 대국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2살짜리 알파고는 이미 10만번이 넘는 학습 대국을 치렀다고 알파고 개발 책임자인 구글 딥마인드의 데이비드 실버 리서치 담당이 밝힌 바 있다.

데니스 홍 교수는 인공지능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와 눈높이가 너무 높아진 사회 분위기도 우려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대단한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아직 개와 고양이도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4차 산업혁명에 접어들더라도 세상이 바뀌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책이나 산업적인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게 현명하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진 인공지능이나 로봇, 자율주행차 등이 할 수 있는 게 어떤 것이고 할 수 없는 게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구분하고 그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게 중요하다”며 “(4차 산업혁명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너무 과장하거나 과신할 필요도 없다”고 꼬집었다.

로봇공학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통하는 데니스 홍 미국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UCLA) 대학 교수는 지난 달 30일 한국일보 본사 사옥에서 만나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한 선결조건은 결국 인간의 ‘행복’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로봇공학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통하는 데니스 홍 미국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UCLA) 대학 교수는 지난 달 30일 한국일보 본사 사옥에서 만나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한 선결조건은 결국 인간의 ‘행복’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창의력을 갖춘 인재 양성을 위해선 목적의식부터 심어줘야”

데니스 홍 교수는 또 ‘누구를 위한, 도대체 무엇을 위한 4차 산업혁명인가’란 고민 없이 방법론적 관점만 밀어붙이는 우리 사회의 일방향적 행태에 대한 걱정도 내비쳤다. 그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열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코딩’을 예로 들었다.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짜는 작업을 위해선 코딩 학습이 필수적이지만 궁극적으로 어떤 목적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는 것인 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은 선행되지 않고 있다. 그는 “마치 코딩만 하면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완전 정복할 수 있고 그것이 4차 산업혁명 성공의 지름길로 여겨지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코딩으로 만든 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되고 적용될 것인가에 대한 목적 의식부터 분명히 한 뒤 동기 부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주입식 교육이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목까지 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경우 창의력을 갖춘 진짜 인재 발굴이나 육성은 더 멀어질 수 밖에 없다. 그는 “고가의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 돈을 버는 방법만 알려주고 정작 스마트폰을 인터넷 검색과 영화ㆍ음악 감상, 통신 기능까지 겸한 최신 디지털 기기로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더 중요한 사실은 모르는 것과 같은 꼴”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무엇보다 인간의 행복을 위한 4차 산업혁명을 주문했다. 인공지능을 이용하든 로봇을 활용하든 결국 4차 산업혁명 성공의 출발점은 인간의 기본적인 ‘행복’과 연계돼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바쁜 일정으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도 짬만 나면 젊은 친구들과 사적인 모임을 갖는 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들과 보내는 시간들 속에서 ‘인간의 행복’과 연계된 아이디어들이 샘솟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페이스북에는 젊은 학생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진들이 즐비하다.

그는 인터뷰 중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했다. 돈을 많이 벌어서도, 명예나 명성이 있어서도,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성공을 이뤄서도 아니다. 그보다 더 크고 중요한 삶의 목표가 ‘행복’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한 조건이요? 출발점은 결국 인간의 행복에서 찾아야 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어떤 기술이든 제품이든 결국 지속될 순 없을 테니까요.” 그에게 인공지능과 로봇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행복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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