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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큰딸 미취학 사실조차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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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큰딸 미취학 사실조차 몰랐다

입력
2016.02.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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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모에 살해ㆍ암매장된 여아

두 차례 취학통지서 받았지만

교육청ㆍ지자체 제때 안전 확인 안해

친어머니의 학대로 사망한 여자 아이를 암매장하는 일에 가담한 친어머니 친구 이모씨가 16일 경남 고성경찰서에 출두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어머니의 학대로 사망한 여자 아이를 암매장하는 일에 가담한 친어머니 친구 이모씨가 16일 경남 고성경찰서에 출두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머니의 학대 끝에 암매장된 김모(사망 당시 7세)양이 취학통지서를 받고 초등학교에 취학하지 않았는데도 관할 서울시교육청에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취학 아동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사 후 취학명부에서 사라진 김양

16일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 등에 따르면 2010년 말 김양은 주소지(부친 거주)였던 서울 강남구 A동의 주민센터에서 초등학교 취학통지서를 받았다. 어머니 박씨가 이미 두 딸을 데리고 가출한 시기였다. 김양이 취학할 예정이었던 A동의 초등학교는 김양이 예비소집일에 나타나지 않자 규정대로 A동 주민센터에 미취학 사실을 통보했다.

하지만 김양 아버지가 입학일(2011년 3월 2일) 전에 서울 동작구 B동으로 이사하면서 김양의 학적 관리에 구멍이 났다. 규정대로라면 입학 전 거주지를 옮긴 경우 전입신고가 된 B동 동장이 즉시 김양을 취학명부에 등재해야 하지만 2011년 B동의 초등학교 취학명부에 김양의 이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B동 주민센터가 규정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된다.

B동 주민센터가 김양에게 다시 취학통지서를 보낸 것은 1년 뒤인 2011년 12월이다. 아이가 어머니의 구타로 사망해 경기 광주시 야산에 묻힌 지 두 달이 지난 후였다. 당연히 김양은 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 이 경우 B동 초등학교와 주민센터가 학부모를 독촉하고 미취학 사유를 파악해 관할 교육지원청에 통보해야 하고, 교육지원청은 서울시교육감에게 보고해야 하지만, 이것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B동 초등학교 교감은 “2011년 취학명부엔 김양이 없었고, 2012년 명부엔 있었다. 당시 미취학 아동 10명을 상대로 미취학 사유를 파악했는데 유독 해당 학생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관할 교육지원청과 서울시교육청은 “피해 아동의 미취학 사실을 보고 받지 못했다.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주민센터→교육청’으로 이어져야 할 미취학 아동 보고 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연락 안 된다”는 이유로 취학면제

김양의 동생 역시 두 차례 취학 통지를 받은 뒤 ‘취학면제자’로 분류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2013년 5월께 김양의 아버지가 두 딸의 주소지를 아이들 할머니가 사는 경남 고성군으로 옮겼고, 김양 동생을 입학생으로 배정받은 고성군 C초등학교는 “(아이를 데리고 있는) 며느리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할머니 말에 따라 2014년엔 아이를 취학유예, 지난해엔 취학면제 대상으로 분류했다. 질병, 발육부진 등 부득이한 사유로 취학할 수 없 을 때 적용하는 취학면제 처분을 아동 상황에 대한 확인도 없이 보호자 말만 믿고 내린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내 ‘취학 유예ㆍ면제 심의위원회’를 거치는 등 절차상 하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도 “취학면제 사유 등 관련 규정을 보다 명확하게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주지 불명 미취학 한 해 1,000명

심각한 것은 이처럼 취학아동 관리 체계를 벗어난 아동의 수가 한두 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할 아동 중 단순히 ‘거주지 불명’으로 취학하지 않는 아동이 매년 1,000명 안팎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이날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초등학교 입학대상자 중 미취학 아동 통계(2010~2014)’에 따르면 5년간 매년 5,000~1만3,000명의 취학연령 아동이 학교에 입학하지 않고 있으며, 거주지 불명이 이유인 경우도 매년 500~1,800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0년 1,472명, 2011년 1,823명, 2012년 1,237명, 2013년 1,142명, 2014년 586명이었다. 주민등록 상 주소지에 살지 않는 아이들은 읍면동 주민센터가 소재지를 끝까지 추적하지 않는 이상 사각지대로 남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교육부가 분류한 미취학 사유 중 ‘기타’의 경우 지난해에만 1,881명에 달했는데 이 중에는 ‘연락 두절’도 포함돼 있어 교육당국이 파악하지 못하는 미취학 아동은 한 해 1,000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취학 아동은 전수조사에서도 빠져

실태가 이런데도 교육부와 시ㆍ도 교육청은 미취학 아동 현황을 정기적으로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회의원의 자료 요청 등 필요할 때만 미취학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더욱이 부천 11세 여아 학대 사건으로 교육부가 전국 초등학교 장기 결석자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결과까지 발표했음에도 미취학 아동은 조사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교육부는 이달 초에야 뒤늦게 전국 주민센터를 통해 미취학 아동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초등학교 미취학 및 중학교 미진학자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섰다.

미취학 아동 파악 후 사후관리 대책도 미비한 상황이다. 학부모를 상대로 취학을 독려할 방법이라곤 교육감 명의의 독촉장 발송과 1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가 전부다. 그나마 과태료는 관련 법령이 제정된 이후 단 한 차례도 부과된 적이 없다.

오승환 울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전수조사를 통해 한 번쯤은 무리하더라도 일괄 수사로 전환해 아이들의 소재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추후 경찰, 복지사 등이 참여한 지역단위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관리한다면 사각지대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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