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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순 칼럼] ‘더불어’정치의 세가지 질문

입력
2016.01.2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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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데리다는 “삶이란 언제나 더불어-삶’이라고 강조한다. 현대세계에서 ‘더불어’는 매우 의미심장한 개념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더불어’라는 개념이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빈번하게 논의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인류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중층의 위기적 정황이다. 지구 온난화를 포함한 심각한 생태계의 위기, 핵 재앙의 위협,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불평등과 배제의 문제가 극도화되면서 분쟁, 전쟁, 불의와 차별의 문제가 심각하게 뭇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장-뤽 낭시는 이러한 비관적인 상황에 대하여 “세계가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은 하나의 가설이 아니다, 그것은 이 세계의 모든 측면을 면밀히 조명한 후 귀결된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파괴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또는 세계가 스스로를 파괴한다는 것이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지조차 알아내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고 탄식한다. 이전 세기와는 다른 의미에서, ‘더불어’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이 요청되는 이유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과 더불어, 참신한 정치인과 더불어, 혁신과 더불어, 약자와 더불어 멋진 당을” 만들겠다는 취지를 가지고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이름으로 개명을 했다. 인간생명뿐 아니라 다른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과제 앞에 서 있는 현대세계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의미심장한 개명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진정한 ‘더불어 정치’의 실현은 매우 치밀한 기획이 요청되는 것이다. 낭만적으로만 이해되곤 하는 ‘더불어’를 탈낭만화시켜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전 세계적인 위기들은 물론이고 한국 고유의 위기들과도 씨름해야 한다. 최근에 등장한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예시하듯,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을 지옥처럼 경험하고 있는 이들의 수가 더는 무시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 속에 있다. 그래서일까.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로서 37분에 1명씩 자살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개인들의 자살은 단지 개인적인 일만이 아니다. ‘헬조선’에 대한 사람들의 경험도 개인적인 것만이 아니라, 제도적이며 사회정치적인 문제들과 연계하여 있다.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라는 여성운동의 모토가 예시하듯, 국가라는 정치적 틀 속에서 살아야 하는 삶의 구조에서는 그 어떠한 사소한 일도 단순히 ‘개인적인 것’이란 거의 없다. 전 세계적인 다층적 위기, 그리고 ‘헬조선’이라는 한국의 위기의 시대에, ‘더불어’의 정신은 무엇보다도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다. 진정한 ‘더불어’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들과 치열하게 씨름해야 할 것이다.

첫째, ‘누가’ 이 ‘더불어’에 포함되는가. ‘더불어 정치’가 포함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중심부에 있는 사람들만인지, 아니면 다양한 근거들에 의하여 우리 사회에서 약자로서만 존재하는 이들이 포함되는지 물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그 자녀, 성소수자, 장애인, 빈곤층 노인 등 성별, 사회계층, 법적 지위, 성적 성향, 종교, 육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 나이 등에 의하여 다층적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는 사람들을 포함한 ‘더불어’인가 아닌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이 ‘더불어’에 포함되는가를 묻지 않는 ‘더불어 정치’란 공허한 정치적 퍼포먼스일 뿐이다. ‘누구’라는 질문에 대한 성숙한 답변을 찾고자 한다면, 현대사회에 제기되는 포괄적인 인권의식과 위기의식에 대한 폭넓은 연구와 학습 그리고 구체적 실천적 방안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

둘째 ‘무엇’이 과연 ‘더불어’를 지향하는 정치인가. ‘더불어 정치’란,진정한 ‘더불어’를 불가능하게 하는 불의 배제 차별 등에 대한 다층적인 분석과 조명을 하면서, 포괄적 의미의 정의 평등 포괄의 정치가 실현되도록 모색하는 것이다. 따라서 더불어 정치에서는 ‘무엇’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적 분석과 치밀한 대안들이 제시되어야 한다.

현대세계에서 인권 정의 평등 평화란 자명한 이론이나 실천이 아니다. 현대세계에서의 불의 폭력 차별 불평등은 매우 은밀하게 그러나 강력하게 실천되고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불어’의 정치란 이 현실 세계의 배제 불평등 착취 불의 등의 문제들을 넘어서서 포괄 평등 복지 정의의 사회를 향하여 치열하게 개입하고 개혁하는 것을 의미해야 한다. ‘더불어’란 단순히 사람들의 집합적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다. 즉 불평등 차별 불의 등이 어떻게 구체적인 현실구조 속에서 작동되고 있는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고,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에 대한 정치적 성찰이 가능하게 된다.

셋째, ‘어떻게’ 이 ‘더불어’의 정치를 실현할 것인가. ‘더불어’의 정치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치적 제도들의 변혁이 요청된다. 단기적 목표와 중장기적 목표들을 제시하면서 ‘어떻게’ 우리 사회에 정의, 평등, 포괄의 정치를 실현하고, ‘헬조선’은 물론 ‘헬세계’의 위기를 극소화하고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정치적 청사진이 필요하다. 인간생명만이 아니라 자연생명과 동물생명에 대한 예민성과 사회정치적 포용의식이 요청되는 지점이다.

‘더불어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회정치적 기획, 거시적 차원과 미시적 차원의 분석, 그리고 단기적이고 중장기적인 치밀한 구상들이 요청된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정치는 ‘헬조선’은 물론 ‘헬세계’의 가능성에 대한 복합적인 위기의식과 그 위기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정치적 기획을 실현해 나가는 정치이다. 현대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약자들의 권리와 평등을 보장하면서 그 ‘포괄의 원 (circle of inclusion)’을 확장하는 진정한 ‘더불어 정치’를 꿈꾸어 본다.

미국 텍사스크리스천대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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