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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품귀 예견됐는데… 애타는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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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품귀 예견됐는데… 애타는 부모들

입력
2017.05.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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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마비 등 4가지 질병 예방

테트락심 제약사 공급량 축소

당국 “다른 백신 교차접종” 권고

1회나 2회차 접종 마친 부모들

“다른 종류 꺼림칙” 발만 동동

“테트락심 백신 예방접종이 가능한 곳을 알고 있나요?” 경기 용인시에 사는 이모(33)씨는 5개월 된 자녀의 예방접종 위해 최근 동네 소아과를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이씨는 “메신저 단체 채팅 방마다 엄마들이 백신을 넉넉하게 확보한 병원이나 보건소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필수백신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23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생후 1년 미만의 2ㆍ4ㆍ6개월 영아가 필수 접종하는 테트락심(DTaP-IPV) 백신이 일부 지역에서 품귀 현상을 빚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백신은 디프테리아ㆍ파상풍ㆍ백일해(DTaP)와 소아마비(IPV) 등 4가지 질병을 예방하는 4가 혼합백신이다.

테트락심 부족은 예견된 일이다. 테트락심을 제조하는 다국적제약사 사노피-파스퇴르가 B형 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Hib)를 추가로 예방할 수 있는 5가 혼합백신 펜탁심(DTaP-IPV-Hib)을 출시하면서 기존 제품 생산량을 줄여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백신 부족에 대비해 만 1세 미만의 영아를 우선 접종하고 불가피할 경우 다른 제조사 백신과 교차접종을 할 수 있다는 권고를 하기도 했다.

테트락심으로 1회차나 2회차 접종을 마친 영유아 부모들은 백신 수급 불안정 소식에 불안감을 호소한다. 테트락심 백신 잔여량을 질본에 직접 문의했다는 김모(35)씨는 “아이마다 예방접종 시기가 정해져 있는데 지역별 잔여량 공개가 어렵다며 교차접종 안내만 반복한다”고 답답해 했다. 이에 대해 공인식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장은 “지역별 잔여량을 공개하면 오히려 과도한 불안을 조성할 우려가 있어 외부 공개는 하지 않고 있다”며 “5가 백신이 6월 이후 수입되면 4가 백신 부족 현상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들은 교차접종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한다. 경기 성남시에서 4개월 된 영아를 키우는 박모(32)씨는 “예방접종은 각 회마다 같은 종류의 백신을 맞는 게 병원의 기본 안내 사항인데 이제 와서 제조방법과 종균이 다른 백신을 교차접종하라니 꺼림칙하다”며 “정부가 백신 수급 불안을 예상했다면 1차 접종 때부터 잔여량이 넉넉한 제조사의 백신을 사용하도록 안내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외국 제약사의 공급 사정에 따라 백신 수급이 불안한 상황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백신 수급을 민간에 전적으로 맡기지 말고 국가 비축량을 늘려야 한다”며 “수입에 의존하는 DTaP-IPV 외에 BCG 백신 등도 수급 불안이 잦은데 장기적으로는 국내 제약사가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도록 백신자급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필수예방접종백신, 대테러 백신 등 국내에서 허가된 백신 28종의 국내 자급률은 작년 현재 46%(13종)에 불과하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를 설립해 국내 기업의 백신 생산 기술 개발을 지원해 백신자급률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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