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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재벌은 노쇠… 과감하게 두들기지 않으면 다 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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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재벌은 노쇠… 과감하게 두들기지 않으면 다 망해”

입력
2017.06.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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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위치한 국정기획위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한국 경제 체질 개선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위치한 국정기획위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한국 경제 체질 개선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 위원장은 10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재벌 대기업은 조로하고, 노쇠했다”며 “재벌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재벌도 망하고, 대한민국 경제도 망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선 “중소 벤처 창업 열풍을 일으켜, 재벌 대기업의 혁신까지 이끄는 게 유일한 답”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야당이 일자리 추경안을 반대하는 데 대해 “보수정권이 손 놓고 있었던 모범 고용주로서 정부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재정 부담을 늘린다는 지적에 대해선 “넉넉잡아 40조, 연간 8조 비용이 드는데, 증세 없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며 “할 수 있는 일을 안 한다면, 정부가 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직 인수위나 마찬가지인 국정기획자문위 수장을 맡고 있는 김 위원장은 새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청사진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경제 관료 출신의 4선 의원(경기 수원무)으로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지낸 대표적인 여권 정책통이다.

_국정기획위가 공무원들 군기를 세게 잡는다는 지적이 있다.

“기득권을 흔들지 않으려는 보수정권의 국정철학에 공직자들이 너무 익숙해져 있다. 특히 지난 1년 간 사실상 국정리더십 공백 상태 아녔냐. 팽배해진 무사안일 주의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야 한다. 새 정부는 역대 정권 중 여당 의원 수가 가장 적기 때문에 집권 초기 상당한 혁신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뒤로 갈수록 어려워진다. 국정 지지기반이 두터운 초반부 많은 일들을 추진력 있게 진행 하기 위해서 공직자들의 공감과 협조가 필수적이다. 새 정부 국정철학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겠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_재계에선 새 정부가 자신들을 적폐로 보는 것 아니냐고 우려 한다. 너무 각을 세우는 것 아닌가.

“보수정권 9년 동안 정부가 지나치게 재계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바람에 국정 균형이 무너졌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400조 예산 중에 줄 잡아도 100조 이상이 재벌 대기업에게 들어갔는데 돈이 돌긴커녕 내부에만 쌓이고, 의도하는 낙수효과는 전혀 생기지 않았다. 나라 경제는 계속 내리막길이고, 일자리는 생기지 않고, 개벌 기업 경쟁력도 뒤떨어지고 있지 않는가.”

_재벌 개혁의 핵심은 무엇인가.

“재벌 대기업 한 그룹당 최소 20만 명의 최고 엘리트들이 모여 있는데, 인사와 정책 결정은 오로지 오너 한 사람에게 맡기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구글과 애플 등 잘 나가는 외국기업과 가장 큰 차이는, 엘리트들이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권한 배분과 의사결정통로가 보장돼 있느냐다. 우리는 오너가 컴퓨터 점쟁이 말 듣고 투자했다 몇 조를 날리고, 기업 최고 엘리트를 최순실의 딸 정유라 말 사는 데 배치하고 있지 않나. 의사 결정 구조와 소유, 지배 구조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게 핵심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_재벌 대기업 위주의 경제 체질을 어떻게 개선하나.

“100대 대기업 중 80개가 상속 받은 형태로, 젊은 피를 수혈해 과감하게 두드릴 필요가 있다. 중소 벤처 창업 열풍이 일어나게 만들어야 하는데 금융혁신이 가장 먼저다. 지금까지 기술이 돈을 좇았다면, 돈이 기술을 좇아 다니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금융이 먼저 유능한 기업 경영인과 엔지니어를 찾아 다니는 ‘인큐베이팅 금융’으로 전환돼야 한다. 재벌의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해서 인수합병(M&A)시장도 활성화 해야 한다. 1970년대, 2000년대 벤처 붐이 일어 났을 때 대기업 엔지니어 출신 엘리트들이 가장 많이 뛰쳐나왔다. 인재들이 빠져 나가면 재벌도 긴장 안 할 수 없고, 도태되지 않기 위해 먼저 개혁할 거다.”

_일자리 추경에 대해 야당은 ‘낙하산 추경’이라고 반대한다.

“낙하산 추경 맞다. 낙하산 인사는 나쁠 수 있지만, 이건 당연한 거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수도 없이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실천하겠다는 거니까 정치 본질에 맞는 것이다. 이번 추경 예산 11조 4,000억 원 가운데 공무원 늘리는 비용은 모집비용으로 80억원 밖에 안 들어간다. 인건비는 내년부터 들어간다. 나머지는 창업펀드와 4차 산업 인프라 구축, 중소기업 혁신투자 등이 대부분이다. ‘고용 있는 성장’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다. (이 같은 정책을 일상적으로 추진하면) 아무리 빨라도 5년은 걸린다. 돈은 돈대로 더 쓰면서, 임기는 끝나는 것이다. 초반에 집중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_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면 재정부담이 커지지 않나.

“81만 명 일자리 논란 불거졌을 때 직접 추계해봤는데, 넉넉하게 계산해도 5년 간 40조면 충분하더라. 한 해에 8조만 투자하면 된다. 보수정부가 들어서면서, ‘작은정부, 큰 시장’이 좋다는 고정관념이 크게 지배했다. 마땅히 정부가 반드시 수행해야 할 공공부문에 오랜 시간, 투입해야 할 돈이 못 들어갔고, 교육, 치안 등 공공 서비스에 구멍이 뚫렸다. 진보정부가 메워줘야 한다. 100조씩 대기업에 밀어줬지만 성과가 없었는데, 모범고용주로서 정부가 8조를 못 밀어 주겠냐. 정부가 하면 민간도 바뀐다. ”

_증세는 필요 없나.

“경제성장률에 따른 자연증가분 등을 감안하면 평균적으로 세금은 5%씩 늘어나고, 앞으로 400조에서 20조씩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 얼핏 추산해도 금년 정기국회에 제출할 내년도 예산안은 증세를 전제하지 않고 편성해도 된다. 다행스럽게 금년 세수 여건이 좋아, 내년도까지 긍정적으로 예측이 된다. 사견으로 정부 출범 첫 해에 세금을 늘리는 선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더 큰 재정수요는 정권 후반부에 올 것인데, 내년 지방선거와 개헌의 결과를 보고 증세 여부는 그때 결정하는 게 지혜롭다고 본다.”

_규제 완화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4차 산업 혁명과 중소 창업 벤처 열풍을 일으키려면 규제를 푸는 식의 접근으로는 부족하다. 안전과 연쇄도산을 막는 최소한의 규제만을 남겨놓고 모두 없애고, 자유롭게 해주자는 것이 대통령의 의지다. 개인적으로 수도권 규제도 지방이 아니라, 외국으로 나갈 수 밖에 없는 기업들의 경우, 확 풀어줘야 한다고 본다. 특혜 시비가 나올 수 있지만, 이왕 풀 거면 덩어리째 규제를 없애는 ‘규제혁파 특별법’이라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과 나머지 16개 도시, 각 부처에서 전문가들을 추천 받아 별도의 위원회를 꾸려 판단하면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

인터뷰=김정곤 정치부장 jkkim@hankookilbo.com

정리=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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